오늘 다 봤다.
이 드라마 좀 웃기다고 생각함. 어, 나쁜쪽으로...
선하고 맑고 고운 인상의 배우들이 주연을 맡아서
순한 아는 맛을 기대하고 재생버튼 눌렀더니
(평화로운 숙면을 기대하며 자기 전에 틀었음)
동서남북 어느 쪽에서 봐도 구미가 1도 당기지 않을,
현실이라면 경찰에 신고하고도 남을 구남친의 폭주에서 1차 충격.
구남친의 아버지한테서는 적폐의 냄새가 나서 2차 충격. (장르 혼란)
걍 누가 봐도 시효가 다한 쉬어 터진 삼각관계를 가져와
억지스럽게 이어가려다 보니
드라마 속에서 발생하는 문제보다
스토리상의 문제가 더 눈에 들어왔다.
제일 큰 문제는 여자 주인공의 아버지였는데,
진짜로 오랜만에 본인의 안위를 우선으로 하여 읍소하는
딸에게 결혼을 강요하는 아버지 캐릭터 보면서 PTSD 옴.
첫째딸이 가정 폭력으로 이혼 한다는데, 그걸 또 말리더라?
이런 스토리를 박력있게 밀고 나가려면
적어도 주인공은
드라마 속 세계의 상식과 문법을 내면화한 상태로 사는 사람이어야 하고,
어떤 커다란 계기를 통해 크게 깨지고 변화해야 한다.
이래야 시청하는 이입할 여지가 생기고
주인공과 함께 변화하며 깨닫는 바가 생길 터인데.
봄밤 여주는 애매모호한 프리스타일이었다.
극중 남주의 표현에 따르자면 '깡패'라고 ...
아버지랑은 (미적지근하게) 싸우고, 엄마 붙들고 우는 사람.
그런데 이 울보 잔다르크의 말이(언어적 비언어적인 말이, 의견이, 결정이)
구남친은 물론 아버지에게 하나도 전해지지가 않는 거다.
심지어 두 사람이 의기투합을 하고 앉았음.
이게 미칠 노릇이었다.
아무도 이 여자 말을 진지하게 듣지 않는다.
그 면면을 지켜 봐야 하는 과정...
이 포인트가 드라마 감상을 노고로 바꾸었다.
끝에서 별 이유없이 아버지가 태도를 바꾸고 수그러 드는데
난 이미 훨씬 전에 좀 질려서 ... 되게 이상한 사람이구나... 했다.
이야기의 앞뒤가 맞으려면
아버지가 불치의 병에라도 걸려야 할 판이야.
세 자매를 둘러싼 이야기를 더 밀고 나가면 어땠을까.
다소 무력하고 억울한 엄마와 흔한 가부장 아부지.
어찌 보면 고전적으로 불행한 콩가루맛 집구석 이야기를
되게 혁명적인 스토리로 발전시킬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
일단 이 드라마는 굉장히 현실 고증이 잘 되어 있다는 게 장점인데
폭발할 여지가 있는 지뢰들을 이상한 삼각관계로 뒤덮고
꾹꾹 눌러 놓은 느낌이다.
마치 진짜로 신경써야 할 문제들로부터
시선을 돌리려는 듯.
이쯤 되면 여자쪽 부모의 난리법석이 나올 차롄데? 생각하고 있으면
기막힌 우연이 작동해 불이 붙는 도화선에 찬물을 확 끼얹는가 하면,
생각지도 못한 당사자의 마음에
갑자기 현실이라는 이성의 불이 들어와 1화를 남겨두고 갈등이 시작 됌.
난 이런 선택들이 좀 뜬금없었고... 뭣보다 기만적이라고 느꼈다.
말을 꺼낼 경우에 제일 촌스럽고 불편한 건 걍 감추고
클리셰로 여겨질 만한 갈등 요소들만 말끔히 제거한 것 같아서.
그치만 절반쯤은 영리한 선택이기도 했다.
아마 갈등을 더 증폭시키고 주연들을 더 코너로 몰았다면
누가 끝까지 볼 수 있었을까 싶기도 했으니까.
근데 만약에 그랬다면
난 기쁜 마음으로 끝까지 봤을 것 같다.
하여간.
곱씹어보면 씁쓸한 뒷맛의 드라마가 아닐 수 없다.
보는 내내 말할 수 없이 아슬아슬했고 (스토리가 그렇다는 게 아님),
목구멍에 뭐가 걸린 것처럼 답답했다.
그래서 드라마에서 줄곧 삽입되는 음악이
극의 몰입에 방해가 된다는 의견에는 동의할 수가 없다.
차라리 음악이라도 빵빵 나와 주니까 숨통이 좀 트였달까.
내용이 다 하지 못하는 어떤 선긋기와 완성을
음악이 대신 수행한 면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끝까지 내달리지 않고
중간에 힘없이 좌초해 버린 이 드라마를
내가 끝까지 볼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주민경 배우가 맡은 이재인 역의 매력적인 착장과 목소리 덕분이고.
아.
아. 그래. 그래서 내가 이 포스팅을 시작한 것이지.
이재인의 착장을 좀 가져왔다. (이제 본론)
이재인 역을 맡은 주민경 배우는 '그린마더스클럽'에서 첨 보고
이 사람의 이름을 기억해놔야지, 했다.
그리고 '봄밤'에 나오길래 반갑다, 두 번째로 보는 구나, 생각했는데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도 나왔었더라. 심지어 금보라 역으로.
그래, 그 때도 난 그 역을 제일 좋아했다.
이게 캐릭터의 힘인지 배우의 힘인지 늘 헷갈린다.
아마 둘 다겠지.
그리고 주민경 배우는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승승장구 하시길.
이정인이 아니라,
이재인이 여주였다면 어땠을까 잠깐 상상해봤다.
(나쁘지 않은데? 오히려 좋아)
아오이 유우 / 공효진 / 배두나
요런 라인의 패션 DNA를 느끼며
컬러 조합이 제일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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