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종일 서터레스 받으며 일하는 와중에
책꾸(책상꾸미기)^ ^의 대미를 장식할 것이 왔다.
저희 구역 대한통운 아저씨는 2층까지는 가져다 주지만, 3층은 안 가져다 줌. ㅇㅇ 이해함.
가끔 2층과 3층을 잇는 계단 1개 만큼의 피로가 쌓여
사람은 고꾸라지는 것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곤 하니까.
모든 일의 시작은 의자 때문.
4~5년전 나는 나름 큰맘 먹고 시디즈 T25를 샀다.
결론만 말하면 잘못된 선택이었다.
(차라리 링고의자를 샀어야 한다고)
난 그저 아이보리 플라스틱 X 밀크 브라운 가죽 소재의 조합에 넋이 나가버렸던 것. 그리고 연그레이.
이 컬러 조합은 지금 봐도 사고 싶다.
그러나 T25는 신장이 최소 160 이상에게 적합한 의자임.
아니 이런 말도 듣지 마시고 무조건 직접 앉아보고 사는 것을 추천한다.
바른 자세, 그러니까, 기립근을 세우고 허리를 편 상태에서 엉덩이를 좌판 깊숙이 넣고 날개뼈랑 광배를 아래로 내리 누르는 느낌으로 앉아야 하는데
그렇게 앉기에는 내 허벅지가 너무 짧은 거지.
무릎 뒤편이 좌판 끝에 닿는다면 이해가 되실지.
그래서 어떻게 앉았냐면, 등받이는 없다고 무시하고 (의자 왜 샀냐고) 좌판 끝에 걸터 앉았다. 돈을 다 냈는데 부동산의 끄트머리만 내 땅인 그런 느낌으로. 그치만 그렇게 하면 두 다리가 바닥에 닿긴 해서 아주 나쁜 자세는 피할 수 있었다.
그치만 피곤했다. 오로지 내 힘으로 척추를 세우고 앉았다는 얘기니까. 척추수술 1700을 떠올리며, 정형외과 영업사원 대리 수술을 떠올리며.
그러다 최근 카페도 가지 못하고 책상에 앉는 시간이 무한대로 늘어난 틈을 타 내가 졌다, 의 느낌으로 샀다.
2~3만원대 다른 대체품도 있었는데 (원목 2단이랄지, 그것도 꽤 괜찮아 보였다)
내 성향을 고려할 때 그냥 첨부터 끝판왕 사는 게 돈 아끼는 거.
그리고 운명처럼 지난 월요일에 듀오백 신제품 출시 기념 네이버 라이브 방송 할인 판매(48,000->38,000)를 하길래 냉큼.
네이버 포인트 구매 적립까지 고려하면 3만원 초반 언저리에 산 셈이다. 잘 샀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정가 주고 살만한 물건일까 묻는다면, 그래도 제 대답은 그렇다입니다.
내가 똑똑히 기억하는데,
전에는 연두색만 있었다. 여태 안산 건 그 이유가 좀 큼.
모르겠다. 난 속이 좁은 것 같다. 연두색 물건을 받아들일 수 없다.
몇 시간 사용하며 느낀 것은 2단을 꼭 살 필요가 있었을까? 이다.
혹시 책상 밑에 두고 사용하는 용도롷 구매를 고려한다면 1단도 충분할 듯.
지금도 아랫단에만 발 올리고 있는데. 윗단은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
사용설명서 읽는 걸 좋아한다.
샴푸 뒷면 같은 것도 읽고, 병원 대기실에 갇히면 벽에 붙어 있는 인체 설명 도안 같은 것도 다 읽지요... 타이레놀에 든 종이라거나
사방의 간판도 다 읽고요. 산만한 인간 ...
솔직히 마사지는 오바다. 미끄러짐 방지는 좀 되는 것 같다.
근데 돌기 때문인가? 소재가 매트해서 미끄러지지 않는 것 같은데.
사이즈: 가로 56센치. 세로 33센치. 높이 15.5(1단), 23.5센치(2단).
꽤 큼. 가로 길이 120~140센치 책상 밑에 두기에는 충분하지만, (내 책상 120)
컴팩트한 책상을 사용할 경우 아래 공간이 충분한지 고려해야 할 듯.
총평을 하자면 전 만족합니다.
발 올리는 상판이 꽤 뻑뻑한 느낌으로, 그러나 유연하게 각도 조절이 되기 때문에 (구부리는 맛이 있음)
꽤나 안정감 있게 사용할 수 있음. 좀 더 써봐야겠지만, 잘 산 물건이라는 느낌.
체형이 맞지 않거나 발이 땅에 닿지 않는 의자에 오래 앉아 작업하는 분은 꼭 애완 발 받침을 들이시길.
심각하게 맞지 않는 의자라면 바꾸는 게 더 좋겠죠.
척추 소중. 허리 소중. 오만원권 한 장으로 천칠백을 세이브 합시다.
끝으로 바른 자세의 별자리, 곧은 척추의 뮤즈, 립제이 선생님짤을 공유하며 안녕.
모든 재택 근무자분들아. 힘내요.
'오늘의 소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포인트앤엣지 모니터 받침대: 넓고 튼튼하고 투명한 모니터ROCK (0) | 2021.12.17 |
---|---|
헤비 매거진: 나만의 액자 만들기 (0) | 2021.12.16 |
주근깨 유니언 (1) (0) | 2021.12.14 |
코로나 이래 마신 원두 중간 결산: 난 시대의 것이 아닌 너의 것 (0) | 2021.12.13 |
아이맥 m1 퍼플 5개월 사용기(라기보다 소감) (10) | 2021.12.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