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소비

듀오백 이지풋 라이트 2단: 척추수술 천칠백

조구만 호랑 2021. 12. 16. 00:00

오늘 하루종일 서터레스 받으며 일하는 와중에

책꾸(책상꾸미기)^ ^의 대미를 장식할 것이 왔다. 

저희 구역 대한통운 아저씨는 2층까지는 가져다 주지만, 3층은 안 가져다 줌. ㅇㅇ 이해함.

가끔 2층과 3층을 잇는 계단 1개 만큼의 피로가 쌓여 

사람은 고꾸라지는 것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곤 하니까.     

 

상자가 생각보다 커서 놀랐다.

모든 일의 시작은 의자 때문.  

4~5년전 나는 나름 큰맘 먹고 시디즈 T25를 샀다.

결론만 말하면 잘못된 선택이었다.

(차라리 링고의자를 샀어야 한다고)

 

이 의자가 T25. 책상도 이거 쓰고 있다.

 

 

난 그저 아이보리 플라스틱 X 밀크 브라운 가죽 소재의 조합에 넋이 나가버렸던 것. 그리고 연그레이.

이 컬러 조합은 지금 봐도 사고 싶다.

그러나 T25는 신장이 최소 160 이상에게 적합한 의자임.  

아니 이런 말도 듣지 마시고 무조건 직접 앉아보고 사는 것을 추천한다. 

 

저 좌판의 세로 폭이 너무 길다, 내게는. 등받이 부분 훌륭함. 등으로 밀면 유연하게 뒤로 밀리는 느낌으로 척추를 지탱해주는 의자임.

 

바른 자세, 그러니까, 기립근을 세우고 허리를 편 상태에서 엉덩이를 좌판 깊숙이 넣고 날개뼈랑 광배를 아래로 내리 누르는 느낌으로 앉아야 하는데

그렇게 앉기에는 내 허벅지가 너무 짧은 거지. 

무릎 뒤편이 좌판 끝에 닿는다면 이해가 되실지. 

그래서 어떻게 앉았냐면, 등받이는 없다고 무시하고 (의자 왜 샀냐고) 좌판 끝에 걸터 앉았다. 돈을 다 냈는데 부동산의 끄트머리만 내 땅인 그런 느낌으로. 그치만 그렇게 하면 두 다리가 바닥에 닿긴 해서 아주 나쁜 자세는 피할 수 있었다. 

그치만 피곤했다. 오로지 내 힘으로 척추를 세우고 앉았다는 얘기니까. 척추수술 1700을 떠올리며, 정형외과 영업사원 대리 수술을 떠올리며.

 

그러다 최근 카페도 가지 못하고 책상에 앉는 시간이 무한대로 늘어난 틈을 타 내가 졌다, 의 느낌으로 샀다.  

2~3만원대 다른 대체품도 있었는데 (원목 2단이랄지, 그것도 꽤 괜찮아 보였다)

내 성향을 고려할 때 그냥 첨부터 끝판왕 사는 게 돈 아끼는 거.  

그리고 운명처럼 지난 월요일에 듀오백 신제품 출시 기념 네이버 라이브 방송 할인 판매(48,000->38,000)를 하길래 냉큼. 

네이버 포인트 구매 적립까지 고려하면  3만원 초반 언저리에 산 셈이다. 잘 샀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정가 주고 살만한 물건일까 묻는다면, 그래도 제 대답은 그렇다입니다. 

 

내용물은 간단. 발 받침 + 사용설명서.

 

절대 회색. 절대 회색.

 

내가 똑똑히 기억하는데,

전에는 연두색만 있었다. 여태 안산 건 그 이유가 좀 큼.

모르겠다. 난 속이 좁은 것 같다. 연두색 물건을 받아들일 수 없다. 

 

단순.

몇 시간 사용하며 느낀 것은 2단을 꼭 살 필요가 있었을까? 이다. 

혹시 책상 밑에 두고 사용하는 용도롷 구매를 고려한다면 1단도 충분할 듯. 

지금도 아랫단에만 발 올리고 있는데. 윗단은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  

 

사용설명서를 읽어 봅니다.

 

사용설명서 읽는 걸 좋아한다. 

샴푸 뒷면 같은 것도 읽고, 병원 대기실에 갇히면 벽에 붙어 있는 인체 설명 도안 같은 것도 다 읽지요... 타이레놀에 든 종이라거나 

사방의 간판도 다 읽고요. 산만한 인간 ...

 

원형 돌기? 지압? 마사지? 이따위 얕은 돌기로 나의 혈점은 자극되지 않는다고 ....

 

솔직히 마사지는 오바다. 미끄러짐 방지는 좀 되는 것 같다.

근데 돌기 때문인가? 소재가 매트해서 미끄러지지 않는 것 같은데. 

 

사이즈를 참고.

 

사이즈: 가로 56센치. 세로 33센치. 높이 15.5(1단), 23.5센치(2단). 

꽤 큼. 가로 길이 120~140센치 책상 밑에 두기에는 충분하지만, (내 책상 120)

컴팩트한 책상을 사용할 경우 아래 공간이 충분한지 고려해야 할 듯. 

 

내 책상 밑에 안착한 사진. 아 청소기 돌려야겠네 ....

 

총평을 하자면 전 만족합니다. 

발 올리는 상판이 꽤 뻑뻑한 느낌으로, 그러나 유연하게 각도 조절이 되기 때문에 (구부리는 맛이 있음)

꽤나 안정감 있게 사용할 수 있음. 좀 더 써봐야겠지만, 잘 산 물건이라는 느낌. 

체형이 맞지 않거나 발이 땅에 닿지 않는 의자에 오래 앉아 작업하는 분은 꼭 애완 발 받침을 들이시길.

심각하게 맞지 않는 의자라면 바꾸는 게 더 좋겠죠.  

척추 소중. 허리 소중. 오만원권 한 장으로 천칠백을 세이브 합시다.

 

끝으로 바른 자세의 별자리, 곧은 척추의 뮤즈, 립제이 선생님짤을 공유하며 안녕.

모든 재택 근무자분들아. 힘내요. 

 

데스크탑 지박령에게 척추is everyth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