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너무 피곤해서 (절대적 일의 양은 많지 않으나 정신적으로 세상 만사 대강 질려 있음)
블로깅에 소홀했다 (그러나 네이버 블챌은 꾸역꾸역 계속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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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작적으로 무언가 사고 싶어졌다가
눈이 빠지게 서칭은 몇 시간 하고 나면
다시 피로만 남았다.
그런 상태로 12월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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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나는 옷장을 열어서
버릴 옷들을 모은다.
멀쩡한 옷을 버린다는 것에 대한
엄청난 거부감을 이겨내며
동산보다 부동산을 늘려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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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기대하지 않았던 효과가 좀 있었다.
갖는 것보다 갖지 않는 것의 홀가분함이랄까.
뭔가를 덜어낸 딱 그만큼 마음에 빈 공간이 생기는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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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일에 대한 우회적인 혹평에 시달리고 난 후
아침에 눈 떴을 때 몸을 일으키는 게 너무 힘들었다.
그러나 정작 키보드를 물려둔, 한글이 깔려 있는, 아이패드 앞에 앉자
무언가가 또 저절로 굴러갔다.
만사 다 이런 식이라 다행스러우면서도 짜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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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하나를 끝내고 나니까
겨우 데스크탑 앞에 앉을 수 있게 됐다.
그런 김에 요새 젤 좋아하는 착장에 대해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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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카테고리.
하나는 무채색 일색, 다른 하나는 쉬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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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무채색, 올블랙 옷차림들부터 간다.
아무 의욕 없이 주말에 시험감독할 것 같은 옷차림...
컬러는 마스크, 양말 정도만 다르고 (희고)
나머지 다 시커멓게 입는 게 요새 좋더라. 맘이 편하다.
표적이 되고 싶지 않다는 걸 목표로 살아가는 사람 같다.
컬러를 더한다고 해봤자 그레이, 그레이시블루 정도.
대신 옷은 좀 다려서 입고, 신발 앞코도 좀 닦아서 신으려고 한다.
뭔 바람이 불었는지, 약간의 변화가 있는데
낡은 느낌의 올블랙 아니고 새 것 느낌의 올블랙.
안 그래도 오후 네시면 서서히 어두운 기운이 몰려오는 요즘인데
거기 한움큼의 어둠을 더 끼얹고 싶은, 그게 요새 내 마음.
가끔 레이 가와쿠보 전신 사진을 보면 깜짝 놀란다. 몸피가 상상보다 훨씬 작다. 그러고 나면 무슨 생각이 드냐면,
그럼에도 이 사람의 위용은 어째서 하나도 손상되지 않는가, 이다.
그 생각을 하면 희한하게 힘이 난다.
그로부터 무언가 얻는다. 아니, 받는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위의 튤스커트와 연결이 되는 지점인데,
요새 빠져 있는 나만의 검색어 1위는 발레스커트. 샤스커트. 튤스커트. 이런 것들이다.
다만 여성스럽게 매치하는 게 아니고
평소 입는 전투복에 쉬어한 샤스커트를 덧입는 것이다.
(수지도 디올 샤스커트를 입었더라만 아주 다르죠)
암튼 얇고 비치고 가냘픈 원단의 가먼츠를
닥터마틴같은 투박한 아이템에 더하는 것이 요새는 좋다! 이 말이다!
마음 밑바닥에는 언제나
전체 조화 따위를 염두에 두지 않은 매우 괴상한 것이 입고 싶다.
이런 생각자체가 유물처럼 느껴지는 시대를 살고 있지만, 난 아직 살아있다... 안 죽었다.
아마 나는 아주 시커먼 복장과 압도하는 유채색,
이 양 극단을 오가면서
감정의 수축과 팽창을 반복 시도하고
스트레스를 이겨나가고 있는 중인것 같다.
어느 쪽이 수축이고, 어느 쪽이 팽창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실용적이라서 달리기에도 걷기에도 편한 옷을 입으면서도
한편으로 다루기 까탈스러워 잘 만들지 않는 섬세한 원단으로 지어낸
하등 쓸모없이 아름다운 옷이 내 옷장 속에 들어 있으면 좋겠다.
그러면 나는 그런 옷을 입고 지하철을 타고 천변을 걷고 맥도날드에도 가고 싶다.
발작적인 소비 충동과 무언가와 겨루는 듯한 느낌으로
산책 욕구가 불쑥불쑥 드는 춥디추운 바보천치의 계절이 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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