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줄창 닥터마틴 마일즈 타고 다녔더니
깃털처럼 가벼운 걸 좀 신고 싶어졌다.
그런데 정신을 차려 보니 서울스토어에서 (최저가)
배송이 시작되었다고. (이런 유체이탈 화법 어떻게 생각하셔요)
체감상 결제하자마자 곧바로 배송이 시작되어서
결제를 재고할 1초도 허락하지 않는
놀라운 스피드라고 생각했다.
근데, 가벼운 거를 신고 싶어졌다고 쓰다니.
이럴 때마다 나는 내가 제법 가증스러움. (ㅋㅋㅋㅋ)
닥터마틴 마일즈랑 나틸라를 제외하고,
내가 가지고 있는 여름 신발은 이미 죄다 가볍거든요.
하바이아나스 3켤레.
버켄스탁: 보스턴, 아리조나
사토리산: 베리나스,
차코: z1 classic.
...
내가 신발을 선택하는 첫 번째 기준은
'편한가'이기 때문에,
밑창이 굿이어타이어나 비브람솔도 아닌
이 낭창낭창한 레이스업 샌들을 어떤 실용적인 목적으로
구매한 건 절대 아닌 것을
나 자신 이미 알고 있을 터.
추측하건대,
내가 이 샌들에 끌렸던 이유는
1, 이에스토두스의 발상이었던 것 같음.
기본 EVA 소재 밑창(쉽게 말해 걍 쪼리 소재)에 구멍을 6개 뚫은 후
인더스트리얼 노출 콘트리트 인테리어마냥
고대로 내다팔기로 결정한 아이디어에서
뭔지 모를 패기가 느껴졌던 것임.
2, 그리고 사용자가 스스로 조립을 하게 한다는 점도 좋았다.
3, 거기다 밑창 옵션을 기본형과 멀티형으로 나눈 점이 천재임
그게 설령 얼마를 더 내야하는 일일지라도
기본형 밑창이 가진 단점을 멀티형으로 희석하는 효과를 냄
구매자로 하여금
브랜드 자체가 계속 보완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것
설령 이번에 기본형을 구매한 구매자라 할지라도
이거는 유효한 전략 같음
어떤 브랜드에 대한 인상은
제품 그 자체보다 오래 가기 때문에 ...
어쨌든 구매를 통해 우리는 그 영향권 안에 들어간다.
은근히 사람들은 무언가가 실제로 좋아서라기보다
내가 한 선택을 좋은 것으로, 잘한 일로 믿고 싶기에
그 제품을 좋은 것으로 여긴다.
요새 특히 여기 세일링 포인트가 있는 거 같음.
암튼 이에스토두스 샌들을 산 이유,
4, 마지막으로 커스터마이징의 폭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스트랩, 취향저격이다.
근데 내가 판매자도 아니고...
나는 늘... 왜... 이런 이유들을 주워 섬기고...
이런 것에 홀리는... 덧없는 사람인지?
하여튼 아이디어는 아이디어고,
정작 공홈에서 판매하고 있는 스트랩은 내 기준 꽤나 고가여서
나만의 커스터마이징을 해보기로 했다.
등산화 끈이라든가, 샤무드끈, 혹은 납작 가죽끈을 찾아보자.
상자 안에 들어 있는 로프 스트랩이 생각보다 굵어서 놀랐다.
로프 폭이나 길이에 대한 상세 정보가 없는 게 살짝 아쉬웠다.
그래서 재봤는데,
로프 폭은 6mm, 길이는 약 187cm. (설렁 설렁 쟀음)
신발을 막 신고 다니다보면
다양한 매듭을 활용하게 될까? 의문이 들지만
매듭 자체가 너무 흥미로워서 정독했다.
그나저나 '이에스토두스' 무슨 뜻이지?
ESTD가 established 표기인 것만 생각남.
보통 이런 샌들은 살짝 크게 신는게 편하다고들 하는데
바닥에 질질 시끄럽게 끌고 다니는 거 극혐이고
게다가 이건 끈으로 고정하니까 맞게 사봤다.
230 사이즈 샀고 (보통 230-235 신음)
그래도 길이는 좀 남는다.
적당히 편하게 신을 것 같다.
나의 여름 편한 신발 목록에
이에스토두스 레이스업 샌들도 추가될지? 아직 미지수지만
집에서 신고 걸어본 바로는 나쁘지 않았다.
해변에 가고 싶음.
불타는 여름을 이겨 내고 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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