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소비

킬링 이브 시즌4: 아직은 빌라넬을 보낼 수 없음.

조구만 호랑 2022. 5. 16. 11:14

증말 홀리하다 야.
잔잔하게 도랏맨 ..
미드소마 느낌으로 은은하게 돌아 있던 빌라넬 ... 저 흰 원피스에 피 튈 일이 곧 생기겠지 가슴 졸였던 4시즌
고약한 게임을 하지 말자는 교훈.

영국 킬러와 미국 킬러의 다른점. 그거 아닐까.

미국 킬러 옷 존못임. 영국 킬러 착장에 신경 씀. 

오른쪽, 저 대사가 복선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브보다 빌라넬의 인물 변화호가 크단 것을 이때는 몰랐다. 
정말 뻘하게 터지는 ... 하지만 명장면 3위 안에 랭크.

전 시즌 명장면으로 꼽고 싶은 호텔 살인 장면. 그냥 보고 있는 내 아킬레스건이 다 얼얼해써 ... 좋은 거 배웠수다. 

이때부터 갑자기 캠핑 카탈로그 시작됌 ... 헌터부츠 왁싱 자켓 아웃도어 레인 쉴드 차례로 등장 ...   

빌라넬과 '건'의 만남을 왜 굳이 보여줄까 생각해 봤는데 

야생에서 살아가는 '건'이 보여주는 다채로운 (야만의) 볼거리를 차치하더라도 ...

아마 우리가 혹시나 동일한 외로움을 이해한다고 해서

서로의 존재를 견뎌내고 사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해봄.  

결국 확신의 이브, 확신의 빌라넬. 

 

우비 살뜰히 챙겨 입는 빌라넬 ...
코오롱스포츠 아웃도어 광고 같다 ... 노란색 광인들
노상방뇨 함께 하고 얻은 친밀감. 이때까지는 보이스카웃 캠프 와서 부싯돌 들고 신난 애들 같았음.
이 대사, "저 여자는 내 보스랑 설왕설래 했어" 이거 눈 비비고 다시 봄. 설왕설래를 언제부터 이런 뜻으로 쓰기 시작한 거야.

이 대피소인지 오두막인지 장면에서 제일 좋았던 빌라넬의 대사.

앞선 3개의 시즌을 대사 몇 줄로 요약하면서 신나게 잘려 나간 어떤 세부들을 나 혼자 생각해봄. 그치만 결국 그래, 그게 다야. 그렇게 생각하게 되어서 좋았다. 

난 결말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모든 등장인물과 함께

정말로 앞으로 다가올 태풍을 순순히 맞이하겠다는 각오를 

다질 수밖에 없었다. 네 사람, 두 개의 침낭은 또 무슨 클리셰냐.

그렇지만 다들 눈 벌개져서 기다렸을 장면일 게 분명해서 웃겼고. 

그러는 와중에 나는 빌라넬의 아란스웨터에 정신을 잃었고.

그런가 하면 또 두 사람이 타로를 보는 씬은 마음이 아팠다.

두 사람 다 보길 원한 건 오로지 미래였던 것.

그 의미가 뭐였겠어. 그저 짐작뿐이지만.   

태양 카드를 뽑은 빌라넬,

죽음 카드를 뽑은 이브. 

 

빌라넬에게 이브는 태양이자 곧 생명이었고, 이브에게 빌라넬은 죽음이자 사랑 아니었을까.
두고 두고 기억하고 싶은 것은 이 미소.

 

*

4시즌을 끝으로 킬링 이브가 (영원히) 종결됐다.

아직도 안 믿김. 이래놓고 5시즌 나와도 화 안 낼게요. 정말로요.

 

엄마가 애플티비로 파친코 보는 틈을 타서  

왓챠 엄마 아이디로 킬링 이브를 조졌던 주말.

나는 무척이나 철두철미했다.

동시접속의 가능성이 제로인 타이밍을 제대로 노린 것이다. 

 

그런데 지금,

성공적으로 킬링이브를 다 보고 난 후의 내 마음.

이것은 왜 이런 모양을 하고 있는가. 

지금 나는 추노꾼의 머리를 하고 

한바탕 태풍이 다 휩쓸고 지나간 마을처럼 황량하다. 

정말이지 이런 후폭풍은 내 계획에는 없었던 것이다. 

 

사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고 

어디까지나 인간이 창조해낸 세계이지 않나. 

어떻게 만들어진 세계에 상처를 받을 수 있나. 

대체 이게 뭐라고. 

이렇게 가슴이 휑한 것인가. 

오랜 시간 품어왔던 나의 의문,

무언가가 끝이 나서

저 편으로 사라지는 걸 보는 일은 

왜 이토록 괴로운 것인가.

픽션이든 논픽션이든 그것들은 제각각 괴롭다.  

 

그리고 오늘 아침. 눈을 뜨자마자 생각했다.

아무리 꿈을 꿔도 다시 현실이야.  

나만 여기 남아 있다는 사실,

아마도 그 사실이 괴로운 거야. 

나는 혼자서 가야하기 때문이구나.

그리운 빌라넬. 빌라넬을 잃고도  

나는 혼자서 계속 가야하기 때문이다.  

 

이런 마음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