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번째 고양이(올해로 17세가 되었다)가 시한부 판정을 받으면서 모든 생활이 고양이 기준으로 개편되었다. 고양이와 함께 살기 전 나의 생활이 지금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 전생처럼 느껴지듯겨우 3개월 전 내가 아무렇지 않게 구가하던 안락의 테두리 안에 있던 것들은곧 닥쳐올 일을 모르고 무지 속에서 허허실실 대던 뼈 아픈 과거로 감지될 뿐,구체적인 어떤 생활상이 하나도 떠오르지 않는다. 다 잊었다. 백 일 전에 나는 어떤 사람이었나? 하나도 모르겠다.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을 잘 방어하자는 결의를 다지며 숨가쁘게 75일쯤을 지나고 보니 처음 병원에서 일주일이 고비라는 얘길 들었던 것,일주일이 지나고 이주쯤이 되었을 때 불안이 최고조에 달해 매일 울고 다녔던 것, 그렇게 매일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기분으로 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