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 고양이 유골함을 미리 사두었었다.
오개월이 막 지날 무렵이었던 것 같다.
6.4 킬로그램으로 시작한 투병이
3.2 킬로그램이 되어 끝났고
내 고양이는 내가 함께 갈 수 없는 곳으로 갔다.
가루가 되어 돌아왔는데도 실감이 잘 안 났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자만이었다.
17년을 키운 고양이를 보낸다는 게 어떤 건지
전에는 하나도 몰랐던 것 같다.
정신 없는 와중에 미리 물품들을 준비해둔 게 큰 힘이 됐다.
장례를 맡아주신 분도 너무 정성스럽게 장례를 치뤄 주셔서
정말로 큰 힘이 됐다. (대구 경북권이시라면 하얀민들레 추천합니다.)
첫째가 가고 20일쯤 지났나? 둘째가 아프기 시작했다.
아프기 시작했다는 표현보다는, 악화됐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병원을 왕래하며 치료하던 와중에 갑자기 갔다.
투병기간이 길었던 첫째와 다르게 너무 갑자기 가버려서 어안이 벙벙했다.
다시 건강해지리라는 바람까지는 아니어도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조금은 더 남아있을 줄 알았다.
맞은 데를 맞고 또 맞은 느낌.
뒤늦게 유골함을 또 주문했다.
두 번째로 간 장례식장은
정말로 빌런들이 운영하는 곳이었다.
어딘지 상호명을 확 써버리고 싶은데 참는다.
고양이 장례식장에 가면 이것저것 구매를 강권하는 업체 분들이 있다는 얘긴 들었다.
그런데 정말로 맞닥뜨리면 빠져나가기가 좀 힘들더라.
사람 멘탈이 가장 약하고 너덜너덜할 때를 노리는 승냥이같은 분들을 어떻게 이기나.
하나였던 유골함이,
이렇게 두 개가 되었다.
두 번째 유골함을 구입할 때는 두 개를 더 샀다.
나에게는 한 마리의 고양이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몰라도, 언젠가 필요하다는 걸 아니까.
그 언젠가가, 아주 먼 미래의 이야기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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