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6일 토요일 아침 8시 34분.
그 날 무슨 생각을 하다 그랬는지 모르겠다.
처음으로 런데이 앱을 켜고 2.71km을 달렸다.
전부터 기분이 곤두박질 칠 때마다
달리고 싶었던 것 같다.
아마도 코로나가 한창일 때라
매일밤 소리지르고 싶은 걸 참고 있었던 게 컸다.
정확하게 무엇 때문인지 설명할 수 없지만
매일 숨통이 조였던 것 같다.
내향인은 집순이라 여겨지기 쉽지만
나는 내향인 중 외향인 포지션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외로워도 군중 속으로 기어 들어가 외로워 하는 습성이 있었다.
그러니 한동안 그랬다.
집앞 카페가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만으로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았다.
갈 수 있는 어딘가에 가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온전히 나의 결정이라 괜찮지만
갈 수 있을 가능성을 미리 차단 당하는 것,
그래서 갈 수 없게 된 것은 소중한 무언가를 박탈당한 기분이 들었다.
어차피 가지 않았고 갈 일도 없을 카페를 지나기만 해도 그랬다.
그러니까 사람의 마음은 얼마나 오묘하게 복잡한 것인가.
그런 나에게 달리기는,
최고의 스트레스 해소법이 되어 주었다.
일단 야외는 지붕이 없으니까 어디든 갈 수 있었다.
달리기는 오묘해서 달릴수록 즐거워졌다.
그러다 보니 매일 달리는 거리가 늘어났고
그게 기뻐서 또 달렸던 것 같다.
그러면서 처음에 세운 막연한 목표 하나가 있었다.
2009년 4월, 나의 생애 첫 10K 마라톤 기록을 넘어서는 것.
그래서 지금 나는 이 기록을 넘어 섰나?
아직 모른다,
아직 10K 마라톤을 뛰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데 달리면서 그런 게 중요하지 않아졌다.
달리면서 깨달았다,
기록을 중심으로 달리기를 바라보면
뛰는 내내 시험 받는 기분이 든다는 걸.
두 발로 달리는 일,
그 자체를 목적으로 삼지 않으면
계속해서 달릴 수 없다는 걸 알았다.
비록 시간이 걸리더라도
즐거운 마음으로 달리다 보면 기록이 조금씩 나아져 있곤 했다.
실제로 기록은 점차 나아졌다.
얼마 전에 지인에게 달리기를 권하면서
(왜 자꾸 달리기를 권하는가? 나 혼자 오래 살까봐 그렇다)
달리면 즐겁다고 말했다.
숨 안 차냐고 그가 물었다.
숨이 차고 즐겁다.
즐겁다는 말이 편안하다는 의미만은 아니기 때문에 그렇고,
힘이 드는 일이 몰입을 불러오기 때문에 그렇다.
(<달리기, 몰입의 즐거움> 다 읽음. 거기 나옴)
그리고 ... 생각해봤는데,
숨이 찰 때 체내 마약 물질이 분비 돼서 ??...
말하자면 그 고통만큼인 것 같다, 즐거움이라는 게.
호박을 마차로 바꾸듯이,
뇌에서 고통의 할당량을 즐거움으로 뒤바꿔 준다.
매일의 달리기는 기승전결로 이루어지고
나름의 완결성을 가지고 있어서
오늘의 달리기는 오로지 오늘의 것이라는 점이 ...
어떤 찌꺼기를 내일로 미루지 않는다는 점이 ... 정말로 마음에 든다.
그렇게 조금씩 매일의 달리기를 쌓다보니
2022년 4월이 되었고,
나의 러닝은 23개월차에 접어 들었다.
어제까지 총 달린 거리 1439.46km를 보니
중간 점검을 해야겠다 싶었다.
나의 간략한 소감은 이러하다.
그간 즐거웠고,
계속 해보겠습니다.
최근 거의 매일 달리는 통에
번갈아 신고 있는 두 켤레의 러닝화도
슬슬 제 수명을 다해가는 게 느껴진다.
정말로 실수했다고 느끼는 거는
러닝화 마일리지 기록을 제대로 안 한 것.
걍 나가서 좋다고 뛰기만 했다 ...
아식스 님부스는 2020년 4월에 생일선물로 받은 걸로 기억하고
나이키는 구매 기록을 찾아보니 2020년 11월에 샀나보다.
이 대강의 정보로 쌓인 마일리지를 유추해야 한다.
어쨌든 알차게 달렸다.
그렇다면 다음 러닝화는 무엇이 좋을까.
요새 물망에 오른 네 켤레의 러닝화는 위와 같다.
얼마 전 생일날,
친구가 러닝화를 사라고 현금을 보내왔다.
성은이 망극해서 눈물이 찔끔 날 뻔 했다.
내 런데이 알람이 꽤나 울렸던 모양이다.
최근 뉴발앱으로 러닝 마일리지를 쌓고 있으니
(이거 한달 최대 4회까지만 변환 가능한 거 아시죠들...주의 요망)
할인을 받아 뉴발란스 모어v3를 사볼까 싶다가도
내 마음 속 1순위는 아직 인빈서블이다.
아무래도 트랙을 달리는 게 습관이 되어
가끔 길가, 콘크리트 바닥을 뛰면 자세가 불안정하다고 느낀다.
천변의 콘크리트를 10K 정도 달리고 나면
평소 전혀 아프지 않던 무릎에도 부하가 가해지는 걸 느낀다.
그래서 쿠션이 좀 더 보강된 러닝화가 좋겠다 싶었다.
그리하여 그렇게나 쿠셔닝이 대단하다는
나이키 인빈서블 (CT 2229)을 신어보고 싶어서
근처 아울렛 두 군데와 신세계 나이키 매장을 들렀으나
인빈서블 실물을 구경조차 하지 못했다. 재고 없음.
템포 넥스트와 같은 사이즈로 사면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나이키 공홈 세일을 기다리고 있으나 어떻게 될지?
+
방금 카톡으로 모 나이키아울렛에 재고 문의를 했는데
직원분 오늘 무슨 일 있었냐구요.
왜 이렇게 빈정대냐구요. (하하)
맘 편히 공홈에서 생일 쿠폰 쓰고 구매해야지 싶다.
최근 인빈서블2가 나왔던데 죄다 컬러 마음에 안 들어.
올화이트 다시 나오면 좋겠다.
아니면 형광옐로랑 블루 있는 그거.
현대인은 내 돈 내가 쓰는데도
어떤 이유 모를 압박감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는가보다.
어쨌든, 다음 러닝화 1순위 인빈서블
2순위 브룩스 글리세린 19 (BX18K3C275) 올블랙!
3순위 뉴발 1080 V11
4순위 써코니 엔돌핀 프로2를 염두에 두고 있다.
여름이 턱밑까지 왔음을 느끼고
2주전부터는 나이트런만 하고 있지만
주말 하루는 새벽에 강변에서 LSD 하고 싶다.
볕이 쨍한 날은 눈시림이 지독해서
비오기 전날처럼 서늘하고 스산한 날이 점점 좋아진다.
어젯밤 어두운 트랙을 도는데
와- 검은 강물을 헤치고 나가는 기분이 들었다오.
본격적인 여름이 되기 전에
더 부지런히 달려야겠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어디선가 달리고 있을 러너분들의 부상 없는 러닝을
한 명의 러너로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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