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소비

킴카다시안 키친투어와 Plastic love.

조구만 호랑 2022. 4. 17. 01:17

킴 카다시안의 주방 투어 영상.

아마도 내가 최근에 본 가장 충격적인 영상이었던 것 같다.  

충격의 크기보다는

지속시간이라는 측면에서 ...

 

 

https://youtu.be/BTToODFeOfM

 

"I hope I got rid of all my plastic 

so It's all like glass jars... 

even all my sprinkles and stuff 

for my frozen yogurt..."

 

그의 말에 따르면, 
그의 주방에는 플라스틱이 없다.

모든 제품이 유리병에 보관된다.

그 이유는 모든 플라스틱을 제거하길 원해서. (!)

프로즌 요거트용 각종 토핑을 담는 유리병까지 

구비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난 이 부분부터 살짝 정신이 멍해져서

킴이 그의 주방으로부터 플라스틱을 몰아낸 이유가 궁금했다. 

 

환경을 위해서라면 새 유리병을 사는 것보다

이왕 생산된 각종 자원들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것이 에코 아니었던가. 

다시 말해, 모든 소비재에 접근이 가능한 수퍼리치의 생활은 

어떻게 에코프랜들리와 멀어지는가. 

그렇다면 환경을 위해 제일 중요한 것은

대체 무엇인가 생각해봤다. 

없는 것이 없는 그에게 없는 것은 무엇이었나. 

그건 아마도 절제하는 마음 아니었을까.

 

환경을 위한 실천들이 어려운 것은

미세한 불편함을 묵묵히 감수하는 것과 

궁상맞다 싶을 정도로 그것을 반복하는 데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가진 것을 활용할 것.

애초에 가지지 말 것.

나아가 욕망을 새롭게 구성할 것. 

이런 건 어쩌면 가난뱅이인 나에게 더 유리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에게는 어려운 일. 

 

소비는 어디까지나 개인의 선택이다.

우리가 같은 지구를 쉐어하고 있지만 말이다. ㅎ 

누구는 간신히 망치지 않고,

누구는 전폭적으로 망치고 있는 지금 이 순간.

환경을 망칠 기회조차 가지지 못했으나

각종 재해의 피해자가 되어야 하는 사람들이 떠오른다.

이 아이러니를 우리는 어떻게 다뤄 나가야 하나.

 

짧은 영상 하나를 봤을 뿐인데

머리가 굉장히 복잡해졌다. 

그리고 단 한 번의 검색으로

킴이 주방을 공개하게 된 연유를 알게 되어

끝내 마음은 이중 삼중으로 복잡해졌다. 

 

 

어느 날 킴카다시안은 왼쪽 사진을 포스팅 했다. 

그리고 악플러들에게 엄청난 공격을 받았다고 한다.

"네 명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냉장고가 저딴 식이냐?"

"애들에게 대체 뭘 먹이냐? 귀리 우유?"

이 소동을 끝내기 위해  

킴은 냉장고와 주방 투어 영상을 올리게 된다.

 

"환경을 위해 플라스틱보다는 유리를 사용하고 있어."

"이건 전용 냉장고, 냉장고가 여기도 있고 여기도 있어." 

"요거트 기계야." 

"모든 재료는 유기농으로 신선하게 준비해."

 

킴의 이런 말들이 어떤  사정에서 나오게 되었는지 알게된 나는 

그걸 모른 채로 킴을 바라볼 때보다 약간 더 불행해졌다. 

 

"일본 시티팝 말이지? 플라스틱이 천연재료가 아니고 인공이라는 이유로 ... 가짜 사랑을 의미해."
아냐 플라스틱은 영원하니까 변치 않는 사랑의 맹세를 뜻합니다.

 

갑자기 plastic love 라는 단어가 떠올라

이게 fake love 라는 뜻이었지?

확인하는 와중에 

구글 상단에서 흥미로운 걸 발견했다.

 

'플라스틱 러브'가 FAKE LOVE 를 상징하던 시절을 지나

이제 변치 않는 사랑의 맹세의 증표가 된 것이다. 

그렇게 긴 수명의 물질이 일회성으로 사용된다는 역설을 뒤집기 위해 

우리는 긴 사랑을 맹세할 때

다이아몬드 대신 플라스틱 반지를 주고 받는 게 어떨까. 

이 시대의 사랑은 플라스틱처럼. 

태어나서 지금까지 내가 사용한 모든 칫솔이

아직도 하나도 썩지 않고 이 지구상 어딘가에 남아 있다는 얘길 

으스스하게 느끼는 사람으로서,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뭐냐면

있는 플라스틱도 다시 보자.

있는 플라스틱을 활용하자.  

있는 비닐봉지가

새로 산 에코백보다 낫다.

어쩌면 정말로 그렇다. 

 

 

이 사진 아래에는 ART OF BALANCE라고 써 있었다.
썩지 않는 것과 썩는 것. 무엇이 더 오래 가는 사랑일까. ㅎㅎ
으스스한 기분
위생봉투에 네임펜으로 쓸게요... 셀린... 루이비통... 샤넬... 
불길하다 불길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