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적지근한 결말에 박수갈채를 건넵니다 2. 돌아오지 않는 안녕에 서운해하지 않습니다 3. 헤집어진 상처에 긴 시선을 던집니다 4. 보통이란 단어에 경외심을 품습니다 5. 필수가 아닌 필연을 느낍니다 6. 고독과의 대화를 피하지 않습니다 7. 지나간 꿈들에 가끔 안부를 묻습니다 8. 자유를 말하는 법을 잊지 않습니다 9. 제목없는 이 작품을 가여워하지 않습니다.
이 글귀는 최근 읽은 것중 가장 좋아서 나의 흑백 레이저 프린트로 급조해서 벽에 붙임. 계속 보고 싶어서.
헤비 매거진이라길래 잡지? 어디서 살 수 있어? 조금 서치해 보았는데, 인스타그램 계정이 있더라.
본의 아니게 동결해 놓은 인스타그램 로그인을 감행하게 한, 그걸 하게 한 글귀.
이 글귀가 뭐가 좋냐고 묻는다면
메시지와 형식이 상반되어 있다는 점.
메시지는 웜톤, 형식은 쿨톤이라고 해야 할까.
멜랑콜리한 기분이 드는 문장이 목록같은 선언의 형식을 뒤집어 쓰고 있어 내게 그럴 틈을 안 준다는 점.
지금까지 살면서 단 한 번도 이런 가훈이나 급훈을 본 적이 없다는 점. 그래서 내가 이걸 나만의 가훈으로 삼고 싶다는 점이겠네요.
내가 하고 싶고 되고 싶은 상태를 먼저 선언해 버리니까, 이루고 싶은 게 이미 모두 이루어진 기분이 듭니다. 이 기분으로 살고 싶어요.
최종적으로,
숫자 다음에는 마침표가 있고, 문장 끝에는 마침표가 없다는 걸 발견했을 때.
마지막 9번 문장이 끝나고야 마침표가 있어요, 일부러 숨을 참는 사람처럼.
그게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저는 순 인터넷 스토커니까요. (인스타랑 카톡 안 하고 스토킹 가능하냐구요, 전 가능)
인스타그램 계정에 링크된 사이트를 클릭했더니, 흥미로운 게 있었다.
매뉴얼 모드와 헤비 매거진의 관계성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뭔갈 던져주시니 ...
step 1 클릭.
이미지를 고릅니다.
저는 클릭하는 족족 Trisha Kim 선생님 사진이었는데요.
일단 헤비 매거진이 일본어 뱀(이란 단어의 헤비)과 유사한 데서 왔다고 하니,
뱀 사진을 한 번 골라봄.
전 뱀을 그다지 무서워 하지 않고
뱀의 상징성 또한 마음에 들기 때문에 계속 진행해 봅니다.
레이어를 두 개 고릅니다.
끼얹는 레이어는 세 개부터 추가 비용 플러스.
마음에 들었던 헤비 매거진 글귀의 영문 버전을 추가하고, 로고도 한 번 넣어 봅니다.
여기까지 진행하고 나서, 혹시 나 지금 핸드폰 케이스 제작하고 있나? 설렜다.
세 번째 레이어도 끼얹어봄.
여기까지 와서야 대체 내가 뭘 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있었다.
커스터마이즈 하고 있는 것의 정체는 바로 포스터였음.
스텝을 다 밟고나야 본인이 뭘 하고 있는지 아는 게 신선하고 성가시네요?
은색 프레임이 어떤 건지 보여주지도 않는 이 불편함이 좋다구요...
맘에 드는 걸 고르고 조합해서 벽에 거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취향이 맞는 사람이 있다면, 매뉴얼을 따라, 공정(!)을 완수해서, 선물하는 것도 좋겠고
본인에게 고르기 시키고 입금만 해주기. ㅎㅎ
이미 만들어진 포스터를 사려고 할 때, 그걸 벽에 걸 때,
무언가 조금 아쉬웠던 마음이 들었던 사람이라면 한 번 사이트를 방문해 보시길.
전 엄청나게 성의 없게 만들기를 테마로 최대 옵션으로 제작해 보고 싶네요.
오늘 기분은 쓸데없이 흥청망청. (아니 늘 그렇습니다.)
통장에 살이 좀 보기 좋게 붙어서, 마지막 스텝을 완수하게 되는 날이 올까요.
최소 옵션으로 만들 경우: 84,000원. (레이어 2개, A2 사이즈, 액자 없음)
최대 옵션으로 만들 경우: 174,000원.(레이어 3개, A1 사이즈, 액자 포함)
이 둘 사이에 다양한 경우의 수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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