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산책을 듣는 시간 | 정은 | 사계절 출판사
02 스노볼 | 박소영 | 창비
03 소소하게 초인들이 모여서, 소초모 | 권시우 | 창비
04 황금열광 | 하은경 | 비룡소
05 가장 나쁜 일 | 김보현 | 민음사
06 탐닉 | 아니 에르노 | 문학동네
요새 노잼 시기기도 하고,
순수하게 '이야기' 읽는 재미를 되찾고 싶기도 해서
서사 중심의 이야깃거리들을 찾아 읽기로 했다.
'가장 나쁜 일'과 '탐닉'을 제외한 나머지 책들은
공모전 수상작들이다.
가장 나쁜 일
맨 첨에 별 생각없이 '가장 나쁜 일'을 펼쳤다가
주제의식의 묵직함과 이야기를 부려 가는 방식의 독특한 매력에
어쩐지 빨려 들어갈 것 같아서 일부러 천천히 읽고 있다.
나한테는 이게 어떤 시그널이다.
훌훌 잘 읽히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
속도를 늦추게 만드는 책을 만나는 기쁨.
이건 드문 기쁨이니까 천천히 아껴 읽어야지.
이거 읽은 다음날
길에 좌판을 펴고 과일 파는 아저씨가 달라보이더라.
나한테는 이게 두 번째 시그널이다.
일상이 다르게 보이도록 하는 소설은
언제나 좋은 소설이다.
소소하게 초인들이 모여서, 소초모
'소소하게 초인들이 모여서, 소초모'는
'아, 이런 게 '영어덜트?' 하는 기분으로 읽고 있다.
매력적인 인물들이 괴물과 싸워 세계를 구하는 이야기인데
어쩐지 조금 지지부진하다는 느낌이 들 때마다
이게 이 소설의 한계인지 치밀하게 의도된 '소소함'인지 혼동이 된다.
한편으로 꽤나 긴 장편인데 이 소소한 초인들을 데리고
과연 이야기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지켜보는 기분으로 읽고 있다.
(더 멀리 산으로 바다로 가면 더 좋고)
문장에 힘이 거의 들어가 있지 않아서
작가의 자의식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서 가뿐하게 읽힌다.
이 때문에 멀리 가는 이야기를 쓸 수 있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런 건 본받아야지 하고 생각했고
나도 고양이 인간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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