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하게 봄을 타는 나.
남들은 코끝에 봄바람 불면
다시 태어나는 기분이 들고 그렇다던데.
만물이 생동하는 와중에도 나는
땅 밑으로 꺼지는 느낌이 들곤 했다.
엊그제 저녁에 길을 걷는데
슬슬 봄이 두려운 마음이 들기 시작했는데
오늘 달력을 보니 입춘이더라. 허허.
이런 예감은 틀린 적이 없지.
그래서 뭐 어쩌겠나.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지.
가지고 있는 것중에 무얼 갖고 무얼 버릴지 결정한다.
불필요한 물건들은 버리고
필요한 물건들을 개비하고
되도록이면 몸과 마음을 홀가분하게 할 방법들을 찾아본다.
나 자신이 고꾸라지지 않게 하는 방법들.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길목에는
그래서 불가피한 소비가 많은지도 모르겠다.
그 일환으로 구매한 라미 잉크 3종을 보면서
내심 뿌듯한 토요일 저녁이다.
이제 잉크는 이걸로 충분하다.
아마 5년은 쓰지 않을까.
제일 좋아하는 파랑.
당분간은 파랑으로 살아야지.
놀라울 정도로 고요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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