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빈서블이냐, 인피니티냐.
인피니티냐, 인빈서블이냐.
진짜 박빙이었다.
아울렛이든 백화점이든
흔하게 볼 수 있있던 인피니티2, 3과는 달리
나름 이 구역에서 규모가 제법 크다는
신세계 백화점 나이키 매장에조차
인빈서블은 코빼기도 볼 수 없었다.
그러니 당연히 신어볼 수도 없었고 ...
다른 게 아닌 바로 그이유로
나는 인빈서블을 갈망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기상 직후
'아 오늘 날씨, 쿠션화 사기 좋은 날인가'
'아 그냥 차라리 모어v3 사자' 싶다가도
또 다시 인빈서블을 주섬 주섬 검색하는
미련 천만한 나날들이 계속되고 있을 때
(나이키 공홈 장바구니에 아직 담겨 있음, 좀 더 할인 오네가이)
나이키가 왜 추첨이라는 방식을 통해
운동화 파는지 그냥 이해가 되더라고.
심지어 러닝 기록 요구하고
추첨해서 운동화 '살 수 있는 권한'을 주던데.
아이쿠 황송해라 ...
성은이 망극해라 ...
이런 저성장 시대에 일회용 아닌 물건 팔려면
저 정도 난리법석은 피워줘야 하나? 싶고,
갈망의 버프 없이는
물리적인 물건의 만듦새, 원초적인 기능이랄까,
실제하고 만져지는 것만으로
게임을 해보겠다고 덤빌 수 없는 세계로구나.
다시 한 번 무섭게 이해했다.
난 그냥 다 ~~~이해가 됐어.
난 하나도 부럽지가 않어 ...
그런데 며칠 전 트랙에서
나의 오래 베프 님버스가 사망에 이르는,
언젠가 일어날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정작 그게 오늘일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던
바로 그 일이 일어나 버렸고
(10K 달린 직후 동생한테 "야, 이거 신어봐." 했더니 당장 갖다 버리라고 함)
난 요새 왜 이렇게 몸이 무겁고 다리가 무겁고 피로감이 속출했는지
단 번에 깨달은 것이다. 돈오돈수가 별 게 아니다.
러닝화가 수명을 다 한 것을 깨닫는 것이다.
그래서 우선 급한 불 끄는 느낌으로
나름 합리적인 가격에
인피니티 fk2를 샀다는 이야기다.
롯데백화점 온라인몰에서 샀고
국민카드 청구할인 해서 103,000원.
정확히 같은 가격에
인피니티 fk3도 살 수 있었는데
fk3은 검정 갑피에 화이트 아웃솔이어서.
게다가 기능적으로는 2랑 3가 차이가 크지 않단 얘기가 지배적이어서.
걍 컬러가 마음에 드는 쪽으로 ... 2를 샀다.
신어보기 전에
일단 외관상 마음에 들었던 것.
1. 마일리지가 0다.
2. 가볍다.
2. 보라색이다.
.
.
굳이 덧붙이자면,
저 메추리알 무늬가 있는 보라색 아웃솔이 마음에 들었다.
어쨌든 러닝화는 동사니까, 실제로 달려봐야 하니까
설레는 마음으로 달리러 나갔다.
그게 어젯밤.
트랙을 6K 달리고 느낀점은 다음과 같다.
1. 미드솔이 푹신한 지 모르겠다. 딴딴하다.
2. 속도를 높이면 뒤꿈치 착지를 하게 된다. (당황)
3. 니트가 헐거워서 발가락이 안에서 도는 느낌이 든다.
4. 러닝보다 워킹에 안정적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난한 러닝화로 꼽은 인피니티가
내게는 별로였다는 얘기다.
줌엑스만큼의 탄성이나 스피드는 기대할 수 없지만
신발을 신었을 때 착 감기는 느낌이 든다는 후기가 많았는데
왜 안 감겨요? ㅠ ㅠ 솔직히 좀 실망스러웠다.
그러니까 뭐 세상 만사 그렇다.
정말 스스로 경험하지 않고는 알 수 없다.
공익을 위해 덧붙이자면
일단 내 발은 아치가 높은 요족이고
내전 성향은 제로에 가깝다.
충격을 받으면 바깥쪽으로 꺾이는 발이다.
발볼은 보통 ~ 칼발에 가깝다.
이런 발의 형태가
인피니티의 구조와 맞지 않는 것일까?
사실 인피니티의 착용감은
별로 할말이 없을 정도로 무난하면서도
묘하게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있어서 혼란스러웠다.
그런데 이 느낌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이 신발 자체에 대해 설명하려고 노력하기보다
내가 전에 신고 적응한 신발에 대해서 말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 이물감은 그 둘의 차이에서 오는 것 같았다.
달릴 때 방해받는 느낌이 드는 정도는 아닌데
뭔가 꼭 맞는 느낌은 아니었던 것.
발가락쪽 니트가 헐거워서 발가락이 도는 느낌이 들었고
도톰하고 딱딱한 힐쿠션은 감싸준다는 느낌이라기보다
음 ... 뭔가 갑갑했다.
그런가 하면 집에 오면서는
걸을 때 안정감이 훌륭해서 놀랐다.
곰곰이 생각한 결과
아마도 이 모든 (정확하지 않은) 느낌의 문제들은
내가 템포넥스트%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라는 결론이 났다.
같은 사이즈(240)의 템포넥스트%의 갑피는
인피니티보다 텐션이 훨씬 강하다.
템포넥스트% 미드솔의 탄성은
인피니티와는 완전히 다른 장르고 (마굿간 액션 서부영화 장르)
난 이제 말발굽 소리 따위 신경도 안 쓰일 정도로
템포에 적응한 나머지 그냥 한 마리의 말이 된 것이다 ...
탱탱하고 쫀쫀한 느낌의 줌엑스 쿠션의 템포를 신다가
인피티니를 신는다는 것,
그건 뭐랄까
진즉에 떼어낸 보조바퀴를 다시 매단 네발 자전거를
간지나게 일어서서 구르며 고속도로를 달리는 느낌이랄까.
제가 좀 심했나요.
무엇보다 나는 이제
템포의 쏟아질 것 같은 앞코 기울기에 완전히 길들여져 있어서
인피니티를 처음 신고 진짜 진심으로 당황했다.
아무도 뒤에서 안 밀어줘 ...
누군가 앞코를 칼로 썰어갔나 싶을 정도로 앞쪽이 휑해 ...
낭떠러지야 ...
그리고 처음 발을 딱 끼워 넣어 봤을 때,
누가 하프 뛰고 벗어놓은 걸 내가 바로 신은 것처럼
쿠션이 바닥으로 꺼진 느낌이 들었다. 아니 새 신발이 이렇다고?
전교생의 사랑을 받는 농구 잘하는 전교회장한테
넌 너무 좋은 사람이야 말하는 기분 되어버려.
인피니티를 이런 식으로밖에 쓸 수 없어 슬퍼진다.
그렇지만 어떡하나.
내가 이미 말이고, 말발굽에 감긴 걸.
조만간 가능하면
인빈서블을 신어보고 싶지만
난 어쩌면 다시 템포넥스트%를 한 켤레 더 구비할지도 모르겠다.
지금 신고 있는 템포는 2020년 11월 14일부터 신은 것.
님버스가 아사리판이 난 대신
템포는 아직 안전해. 템포는 아직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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