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last.
드디어 8주차에 돌입.
뭐든 시작하면 조금씩 비장해지는 구석이 있어
그런 스스로가 징그러울 때가 있었다.
즐거운 마음이 사라지면
전부 헛수고.
매일 달리면서
제일 많이 한 생각이다.
그런데 달리기는 늘 즐거운가?
-아니오
그렇다면 나는 왜 달리는가.
아무도 묻지 않았지만
챌린지의 종료를 앞두고
나는 문득 궁금했다.
그리고 처음에는 단순히
바람 때문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나를 계속 달리게 하는 것은
다른 무엇도 아닌
바람이라는 생각.
한밤의 트랙을 돌면서
온몸으로 바람을 느끼는 것.
지붕이 없는 곳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내달릴 때
커다랗고 질긴 비눗방울처럼
버블로 된 방을 가진 느낌이라든지.
어떤 날은
한 발이 앞으로 나갈 때
나머지 한 발이 몸의 균형을 잡으려고 애쓰는 느낌이,
무의식중에 이루어지는 이 당연한 협응의 순서들이,
새삼스러운 실감으로 다가오는 날도 있었다.
인간의 몸이란 섬세하고 정교하구나
대단하구나
감탄하곤 했던 일들.
나는 그런 감각들로
나를 구성해가는 일이 좋아서
그런 게 내게는 달리기라서
나는 달리는 게 좋다,
앞으로도 이 감각을 소중히 여기면서
즐거운 마음을 잃지 않고 달리고 싶다,
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그냥 ... 다른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마다의 이유로 달리는 사람들이 보였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싸움을 하고 있었다.
경쟁적이고
항상 초반에 무리하고
돌아올 힘을 남겨두지 않아
제풀에 꼬구라지곤 하던 나에게
절대로 전력을 다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생겼다.
언제나 맥시멈 80%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가 비로소 생겼다.
8주간의 런데이 챌린지는
내 20%의 힘을 어디에 써야 하는지 알려줬다.
응원할 것.
내가 아닌, 타인을 응원할 것.
대가 없는 선의의 수건돌리기를
예전에는 잘 몰랐던 것 같다.
응원이 여럿이서 하는 돌려막기란 걸 ...
급할 때 밑장 빼서 갚는 은혜란 걸 ...
써도 써도 줄지 않는 화수분이란 걸 ...
나는 그걸 몰랐다.
내가 마음을 열지 않았던 것.
오로지 나의 힘으로만 나아가려고 했기 때문에
늘 조급했고, 그래서 무리하기 일쑤였던 걸.
누군가를 응원하는 일은
바깥에서, 가장 먼 곳으로부터
나 자신을 격려하는 일이었다.
그러려고 하는 건 아닌데
응원은 돌아오니까.
시작 버튼을 누르면
어김없이 울려 퍼지는 박수 소리,
그러면 보이지 않는 사람들과 함께
달리는 기분이다.
달리기는 그렇게
나 자신을 열고 확장하는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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