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생일 맞이 위시리스트를 요구했는데
그 중에 라미 ABC 만년필이 있었다.
아마 보통은 조카 선물 같은 걸로 많이들 구매하는,
독일에서 글자를 배우는 애기들이 쓰는 생애 첫 만년필로 알려져 있는데
나무 몸통에 플라스틱 머리랑 꼬리의 다소 펑키한 조합이
어쩐지 나의 취향을 저격해 버린 것.
정신을 자유롭게 풀어 헤치고
아무 제약없이 마구 그리고 쓰고 싶을 때
한없이 든든한 어린이 친구로 느껴졌달까.
암튼 그 어린이 친구가 내 손에 들어 왔다는 얘기.
네임 스티커 1매, 코팅 스티커 1매, 설명서,
그리고 카트리지 2개 (블랙1, 블루1)
단촐한 구성의 패키지다.
이름을 적어 뚜껑에 붙일 수 있는 스티커와
스티커 위를 한 번 더 코팅할 수 있는 스티커가 포함되어 있다.
맞아, 저 꼬다리에도 이니셜을 써서 붙일 수 있다.
요런 디테일이 귀엽다.
사실 난, 만년필 각인에 1도 흥미가 없는 사람인데
동생이 이름 각인을 해줘서
난생 처음 우드 카빙된 만년필이 생긴 것임.
그게 ABC 만년필이고요?
그 와중에 저 이름 스티커도 붙이고 싶어서 괜히 붙여봤다.
음. 상당히 자의식 과잉이거나
조금 일상생활이 미숙한 성인 같아...
검정이랑 파랑 카트리지가 한 개씩 들어 있는 것까진 좋았으나
컨버터는 포함이 아니었다. 좀 포함해주라...!!!
당연히 Z28 (라미 보급형 만년필 거의 다 호환) 컨버터 호환이 되는데
수중에 노는 컨버터가 없는 관계로
한동안 카트리지에 주사기로 주입해서 쓸 요량이다.
파이롯트 이로시주쿠 심해(SHINKAI)를 넣었고
기분이 무척 좋다.
Penco 빨간 집게
mmmg 노란 필통
라미 블루 만년필
붉은색 푸른색
그 사이 3초 그 짧은 시간
노란색 빛을 내는
저기 저 신호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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