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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필수요소는? 왓챠 미드 <메이드 포 러브>

조구만 호랑 2022. 10. 14. 17:50

 

우연히 사전정보 없이 봤는데

묘하게 마음에 남는, 흥미로운 드라마여서 리뷰를 쓴다.

그 이유를 생각해 봤는데 세 가지로 간추려지더라.

1. 사회적으로 성공한 남자를 따라 '형편없는'(드라마 자막은 '거지같은' 이라고 표현함) 아버지가 있는 집을

박차고 나간 여성이 다시 그 남자로부터 탈출하고자 하는 이야기라서. 

어쩔 수 없이 해결하지 않고 회피해버린 아버지와의 문제를 대면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서

동시에 '진짜 삶'이 시작된다. '진짜'처럼 느껴지는 게 아직은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2. 섹스돌이 나오긴 하는데, 이게 사용자의 특정 캐릭터와 품위 없음을 폭로하는 장치인 genuine한  이야기라서. 

한마디로 하나도 안 웃기고 우스꽝스러운데 이게 우연한 효과는 아닌 것 같다. 

3.  사랑의 조건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라서. 

 

상대방의 욕망과 생각을 모두 알게 되면 진짜 소통이 가능할 거라 믿는

곱게 미쳐 있는 남자를 보여주면서 

실상 사랑이 가능해지는 조건은 

아무리 가까이 다가가도 더 다가갈 거리가 남아있는 상태,

두 사람이 각각 그 자신으로 온전히 남아있는 상태,  

'알 수 없음'이 남아 있는 상태라는 것을 다소 코믹하게 보여주는 드라마다.

비밀은 사랑의 방해요소가 아니라

어쩌면 필수요소인 것.

 

이 드라마에서 제일 인상적인 장면은

남자가 구성한 세계 안에서 여자가 도망치고  

이 공간에서는 "아무 냄새도 나지 않는다"고 하자 

남자는 여자가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진짜처럼 여겨지는 인공 향"을 살포하려고 하는데  

이 때 남자가 가장 마음에 든다고 고른 향이 '유리' 향이었던 것.

남자는 그저 아무 것도 담기지 않은 병을 골랐던 것이다.

직원이 남자에게 'empty'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