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사전정보 없이 봤는데
묘하게 마음에 남는, 흥미로운 드라마여서 리뷰를 쓴다.
그 이유를 생각해 봤는데 세 가지로 간추려지더라.
1. 사회적으로 성공한 남자를 따라 '형편없는'(드라마 자막은 '거지같은' 이라고 표현함) 아버지가 있는 집을
박차고 나간 여성이 다시 그 남자로부터 탈출하고자 하는 이야기라서.
어쩔 수 없이 해결하지 않고 회피해버린 아버지와의 문제를 대면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서
동시에 '진짜 삶'이 시작된다. '진짜'처럼 느껴지는 게 아직은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2. 섹스돌이 나오긴 하는데, 이게 사용자의 특정 캐릭터와 품위 없음을 폭로하는 장치인 genuine한 이야기라서.
한마디로 하나도 안 웃기고 우스꽝스러운데 이게 우연한 효과는 아닌 것 같다.
3. 사랑의 조건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라서.
상대방의 욕망과 생각을 모두 알게 되면 진짜 소통이 가능할 거라 믿는
곱게 미쳐 있는 남자를 보여주면서
실상 사랑이 가능해지는 조건은
아무리 가까이 다가가도 더 다가갈 거리가 남아있는 상태,
두 사람이 각각 그 자신으로 온전히 남아있는 상태,
'알 수 없음'이 남아 있는 상태라는 것을 다소 코믹하게 보여주는 드라마다.
비밀은 사랑의 방해요소가 아니라
어쩌면 필수요소인 것.
이 드라마에서 제일 인상적인 장면은
남자가 구성한 세계 안에서 여자가 도망치고
이 공간에서는 "아무 냄새도 나지 않는다"고 하자
남자는 여자가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진짜처럼 여겨지는 인공 향"을 살포하려고 하는데
이 때 남자가 가장 마음에 든다고 고른 향이 '유리' 향이었던 것.
남자는 그저 아무 것도 담기지 않은 병을 골랐던 것이다.
직원이 남자에게 'empty'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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