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소비

최근 가장 만족스러웠던 소비(1): 알리익스프레스 빔프로젝터 HY300

조구만 호랑 2024. 1. 8. 21:13

작년 10월 시한부 판정을 받은 나의 첫째 고양이에게

원없이 새 보여주기 <- 를 실행하기 위해서

빔프로젝터를 구입하기로 마음 먹었다.   

 

아이맥으로 몇 번 새 영상을 틀어줬더니

화면 꺼져 있을 때도 자꾸 그 앞에 앉아 있고 

아이맥을 뿌시고 그 안으로 아예 들어가려고 하는 것. (...)

널 정말 사랑하지만 

아이맥을 뿌시면 안 되는 거야...

 

지금은 시간이 조금 흘러서 이런 문장을 타이핑할 여유가 있지만사실 지난 10월부터 11월 말까지 나는 제정신이 아니었음. 아무 때나 눈물이 줄줄 흐르는 미치고 슬픈 여자였는데 내 고양이가 씩씩하게 버텨주고 있는 와중에 내 감정에 몰두해 있는 나 자신이 좀 꼴사납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금니 꽉 깨물어. 할 수 있는 걸 해... 그러고 있는 중이다. 주로 뭘 사서 갖다 바치기 (...)  

 

그래서 산 것, HY300. 

 

 

오늘은 56,734원이라고 뜨네. 

가격 변동이 무슨 횟집처럼 시가가 있다.ㅎㅎ 

운 좋으면 사만원 후반대에도 살 수 있다고 카더라. 

걍 적당한 가격에 사서 잘 활용하는 게 최고다. 

 

 

나는 2023년 12월 27일에 주문했고,

당시 가격은 52,520원이었다. 

빠른 배송 7일 보장한다고 했는데 그보다는 좀 더 걸렸다. 

이틀쯤 더 걸린 듯. 

 

아, 코드 선택하는 게 세가지 옵션이 있었는데 (EU / US / UK)US 선택했다. EU 선택하는 분들 있던데, 그..코드 사이가 헐거우면 화재 위험 있지 않나?US 코드에 돼지코 결합해서 쓰니까 딱 좋음. US로 사세요. 

 

 

 

 

배송오던 날 아침,

우체국에서 전화와서 주소가 안 적혀 있다고 집배원 분이 말씀하셔서 의아했는데

받아보니 영문으로만 표기했더라. 이런 것도 좀 문제다. 

영어 못 읽는 사람은 어카란 말이여? 

 

뾱뾱이로 감싸진 박스 뽄새가, 안에 든 박스의 구겨진 자태가 딱 알리익스프레스 시그니처. 나의 사랑. 나의 종달새, 나의 앤초비 선생님이 검수를 하셨다.  

 

 

구겨진 박스 근데 좀 심하죠. 

뭐, 상품이 박살나지만 않으면 되죠....(...) 

 

 

내용물은 단촐했다. 

본품. 연결선. 리모컨. 제품설명서. 이렇게 들어 있었다. 

 

 

무슨 냄새를 맡는 거니.

역시 본품보다 박스를 좋아하는 내 고양이.

 

 

처음으로 틀어 본 화면.

뭐랄까, 미러링이나 뭐 그런 복잡한 과정 없이

1. 전원 버튼을 누른다. 

2. 와이파이를 연결한다.

3. 유튜브 선택

하면? 바로 유튜브가 나온다. (...)

나 진짜 옛날사람인가봄.

그냥 이것만으로 흡족했다.  

물론 소음 / 발열은 적지 않았으나 가격대비 만족.  

 

 

새 틀어줬더니, 첨에 좀 관심을 가지는 듯 하다가 그루밍 시작함. 

웃긴 내 고양이. 

 

 

 

방이 좀 어두운 편이라 방한텐트 안에서는 꽤 선명하게 보이는 편이고  

캐비넷이나 옷장(짙은 브라운색임)에도 빔이 쏴진다. 신기해서 찍어봄.  

 

 

몇 분 안 가지만 초집중한 얼굴.

 

 

특정 새(주로 비둘기)에 대해 맹렬하게 반응하는 게 좀 웃기다. 

님 그건 사랑이 아닐까?!

 

 

 

스크린 새 사냥의 한 가지 단점:

가까이 다가서면 자신의 그림자와 만나게 된다는 점. ㅎㅎㅎㅎㅎ 화면을 다 가려버린다.

 

그래서 틀어줘 본 것이 고양이 게임인데

이거 반응이 의외로 폭발적이었다. (그러나 사냥 성과는 그다지 좋지 않음...)

 

 

새해 며칠간 이렇게 살았다.

고양이 복지템으로 산 것인데 내가 더 행복했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겠지. 

 

뛰어난 화질, 적은 소음과 발열 같은 걸 기대할 순 없지만 넷플릭스, 왓챠, 디즈니까지 커버가 되는 게 신기하고 좋았다. 고양이랑 둘이서 텐트 안에 누워서 유튜브로 '고양이가좋아하는음악' 틀어 놓고 있으면따뜻한 물 속에 있는 기분이 든다. 그것만으로도 잘산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