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30일.
미루고 미뤄왔던 유튜브 프리미엄 무료체험을 시작했다.
2022년부터 유튜브가 2개월 무료 체험을 없앤다는 소식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할 수 없이 나는 구독을 시작했다. (2022년부터는 무료 체험 기간이 2개월에서 1개월로 바뀜)
그간 왜 미뤄 왔을까? 내가 밀림의 왕이라서 그런 것도 있고
유튜브 프리미엄을 최후의 순간에 쓸 비장의 카드로 여겼기 때문이기도 하다.
모든 OTT 서비스의 투어를 마친 다음 돌아올 베이스캠프로 여겼달까.
유튜브 프리미엄을 구독한다는 것의 의미는
유튜브 뮤직을 덤으로 쓸 수 있다는 것이기도 한데,
(이건 마치 샤브샤브 뷔페에서 샐러드바를 무제한 이용하는 것과 같다)
나는 음악 재생앱으로 이미 VIBE를 정기결제중이었다.
더더욱 구독의 필요성을 못 느꼈던 것 같다.
한 번에 한 놈만 패기로 했으므로, 너무 많은 구독은 아무 구독도 아님을.
그 즈음 나는 외부 자극에 쉽게 기진맥진 했다.
그런데.
얼떨결에 사용해본 유튜브 프리미엄은 생각보다 훨씬 쾌적했다.
유튜브 뮤직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노래를 담은 미친 주크박스였고,
유튜브로 영상을 볼 때마다 초조하게 스킵 버튼을 누르던 시절은
이미 석기시대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솔직히 그래서 골치가 아팠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강제로 봐야 했던 광고가 내 인생에 미친 영향이 어떤 것이었는지 실감했다.
빈곤에도 레벨이 있는 법이지만, 미세 플라스틱처럼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성가심'이라는 핸디캡을 제거한 세계를 경험하고 나니까 티비 광고를 볼 때마다 짜증이 치솟았다.
어째서 티비에는 스킵 버튼이 없는 걸까. 스페이스바를 만들어주라...
그렇게 징징대는 찰나에도 나는 알고 있었다.
엑스트라 머니를 내지 않는 현대인은 마땅히 광고시청이라는 형태로
나의 시간을 헌납 아니 봉헌해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가 산으로 가네.
여튼 결론: 유튜브 프리미엄 최고다.
유튜브 뮤직 최고다.
내 가슴 상처투성이다....
취향 관통 당해서...
유튜브 뮤직은
취향 뮤지션 5명을 고르면 알고리듬으로 노래 선곡을 해주는데
그 어떤 스트리밍 서비스보다 무섭게 정확한 선곡을 해줌 ...
그 중 요즘 제일 많이 듣는 곳을 가져와 보았다.
월요일은 아니야 그치만 아직은 갈 길이 멀어- 그런 화요일에,
퇴장하며(아니 퇴근요) 들어 보세요. (헤드폰 추천)
01. Kacey Musgraves - High Horse
케이시는 원래 컨트리 가수라고.
이 노래 들으면 다른 차원의 정신이 깨어나는 것 같다.
오만한 새끼야 그 높은 말에서 내려오지?
근데 너 안 내려올 거 알아, You and Your high horse.
그러니까 그냥 이 도시 밖으로 꺼저버려... 라는 곡이다.
02. Tove Lo - Habits
스웨덴 뮤지선 토베로의 2014년 곡.
리믹스 곡이 인기를 끌어 그 힘으로 빌보드에 올랐던 곡이라고 한다.
토베 어쩌구 하면 무민 작가 토베 얀손 생각이 나구 북유럽 사람인 거 대충 눈치챔.
이곡은 이별 휴우증으로 엉망장자로 취해서 살아가는 한 여성을 묘사하는 노래인데,
뮤비 앞부분 보면 그런 생각 들더라.
저 짓거리가... 월요일 맞이한 남한의 회사원이랑 다를 게 뭐냐.
여튼 이 노래를 들어야 하는 이유는
다른 버전을 듣기 위해서다. (밑으로 가세요?)
+ 이 버전을 들어보세요.
Habits - Vintage 1930's Jazz ver. (Ft. Haley Reinhart)
박진영처럼 듣는 나 ...
어느새 잇몸이 다 말랐다.
03. Hana Vu - COOL (feat. Satchy)
해가 바뀌고 현 시점에서 (현재 2022년 1월 10일) 제일 많이 재생한 곡이다.
이곡은 2018년도에 나왔는데 그 후로 매년 계속 많이 듣는 곡에 포함되고 있다.
왜냐하면 이 곡에는 이상한 힘이 있기 때문이다.
갑자기 사람이 너무 많은 것이 인식 되어서 숨이 막힐 때에도
이 곡을 재생하는 그 즉시 마음이 고요해진다.
내가 틀렸다고 말하지마. 옳은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라는 가사로 끝나는 노래.
잘하고 있지만 쬐금 더 나아지고 싶어서 Say I'm doing fine but I could be a little better
들어보지 못한 좋은 말을 듣고 싶어서 To be something good I've never heard
출퇴근길 눈물 바람이 부는 I'm crying, there's something wrong
동북아시아인들을 위한 노래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근데 Hana vu, 14살때부터 음악 했네. 뭐냐 이 천재는.
위키피디아의 음악 장르 표기가 재밌는데, DIY라고 써 있다.
DIY란, 혼자서 음반 제작에 관한 (혹은 그밖의 것들을 포함한) 모든 걸 한다는 뜻이고
요즘에는 홈레코딩으로 만든 로우파이(저음질) 장르의 음악과 혼용해서 쓰이고 있는 단어인것 같다.
04. DPR IAN - No Blueberries (Feat. DPR LIVE, CL)
예전부터 이 노래 대체 무슨 노래냐 싶었다.
가사 그대로 아 넌 블루베리 없는 아이스크림 케이크? ㅇㅇ 난 민트초코 ...
이렇게는 도저히 생각이 되질 않아서 어반 딕셔너리를 찾아봤다.
"블루베리"
1, 몇몇 게임에서 존못 플레이어
2, 품질 좋은 탐스러운 마리화나 꽃봉오리를 부르는 말이라고?
응. 그리고 "아이스크림케이크"에는 그런 뜻도 있다고?
응. 구럼 이 노래는 ...?! (개소리 생략)
아효, 됐다. 노래 좋다.
05. Yo La Tengo - Autumn Sweater
1997년의 곡.
'요 라 텡고'는 I GOT IT (내가 잡았다!) 라는 뜻이다.
(yo la tengo 야구팬이라고)
이 노래의 도입부는
현대인의 출근과 퇴근에 어울리며
유령의 입장과 퇴장에도 어울린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
당신이 찾아왔는데
나는 할말이 없고, Me with nothing to say
당신은 당신의 가을 스웨터 속에 you in your autumn sweater.
라는 알 듯 말 듯한 노래.
You in your autumn sweater
You in your autumn sweater
You in your autumn sweater
아마 둘은 헤어지기 위해 만난 것 같다.
+ 그리고 나의 최애곡.
Yo La Tengo - Today is the Day
이 앨범 커버를 보면 가슴이 뛴다. 왜지?
어, 내가 무얼 빠뜨렸나?
어, 내가 잃어버린 게 뭐지?
수요일을 일주일의 반환점으로 볼 때,
화요일은 나같은 부류에게 가장 힘든 날이다.
부디 어디서든, May the force be with you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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