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소비

2023 대구국제마라톤 하프 리뷰 :)

조구만 호랑 2023. 4. 5. 19:46

생애 처음 마라톤 하프 도전을

이렇게 충동적으로 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냐구요. 

3월 10일 오전 열시, 하프 참가비 3만원을 냅다 결제했다. 

그 날은 그냥 하프를 결제하고 싶은 기분이었달까.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달리고 있더라고요. 

지난주 일요일, 4월 2일 대구 국제 마라톤 대회가 (당연히) 정말로 열렸고 

나는 정말로 (정말로!) 하프를 완주했다. 

그리고 생각보다 가뿐하게 뛰는 스스로에게 놀랐다. 뭐든 상상 속에서, 그림자가 더 커보이는 법.그러니까 뭐든 그냥 해 볼 필요가 있다. 

 

 

하프 출발을 기다리는 순간, 이때가 제일 설레고 좋다. 

 

출발 신호총 쏠 때 진짜 설렜다.그리고 그 설렘은 정말 짧았다.  

장거리 달리기는 반복적인 호흡과 발구름 뿐인데 

왜 자꾸 달리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 

다만 이렇게 도로를 (점거해서) 달리는 즐거움은 마라톤을 통해서만 느낄 수 있고, 경찰분들과 시민분들의 응원이 정말로 큰 힘이 됐다.중앙분리대쪽으로 달리다가 몸이 쳐지는 것 같으면 반대쪽으로 노선을 변경해서 달렸다.

 

달리는 도중에는 마음이 진짜 홀가분했다.

철저하게 준비한 것은 아니었지만 제법 할 수 있는 만큼의 훈련을 했고
(Thanks to 런데이 맞춤형 훈련과 함께 매일 뛰어준 동생)

음악을 정성껏 골라서 애플뮤직 리스트를 만들어 갔는데 

이 리스트가 또 탁월했다. (혹시 몰라서 4시간짜리로 만들어감ㅋㅋㅋ) 

다른 건 하나도 고려하지 않고

빠른 비트만을 고려해서 만든 것이 상당히 괜찮았다.  

달리는내내 많은 도움을 받았다.  

달리기는 하면 할수록 

리듬 타는 것이 전부인 것 같다.

한 번 그 리듬이 체득되면 어느 순간 자율주행 모드에 들어가게 되고 

어쩌다 그게 흐트러지면 몸이 금새 퍼진다. 

 

급수대랑 스펀지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스펀지 너모 시원합니다 너무 너무)

급수대에 준비된 음료가 500미리 패트여서 (종이컵이 놓인 급수대는 몇 군데 없었다)

몇 모금 마시고 던지면서 달려야 했는데

솔직히 어마어마한 죄책감을 느꼈다. 아까워서.

종이컵으로 준비하는 게 힘들었던 걸까요. 흑흑.  

 

10K 넘어가서는 파스 뿌려주시는 분들도 계셨다.  

첨에는 모기 잡아주시는 분들인줄 알았다. (정신 차려) 천변 터널을 지나는데 강 비린내가 스프레이 파스 냄새로 덮여서 좋았다 ...너무 좋았다고요 ... (파스 민트향 좋아함) 킁킁대다 얼레벌레 완주했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받은 기록증과 기록

 

결승점에 들어올 때의 기분은: 어 여기가 결승점이라고? 이렇게 조촐해? 였지만 

첫 하프 마라톤의 기쁨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무언가를 해냈다고 스스로 잘했다고 말해줄 수 있는 일이이제 별로 없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다른 무엇보다도 

21K를  일정한 속도로 달릴 수 있었던 것, 

초반보다 후반에 더 빠르게 달릴 수 있었던 점이 좀 좋았던 것 같다. 

그리고 완주하고도 숨은 하나도 차지 않았다는 것. 

 

사실 하프 처음 달리는 거니까 7페이스-6:30페이스-6페이스-5:30페이스로 영리하게, 전략적으로 달리겠다고 큰소리 치면서 대회장에 갔는데 왠걸? 나는 그런 식으로 뭘 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고당연히 이번에도 그렇게 할 수 없었다.당연하지. 넌 못 해.

 

귀여운 메달

이 메달, 소중하다.

 

아 맞다. 꼭 쓰려고 했던 것. 돌이켜보니 템빨이 좀 있었던 것 같단 말이지. 1. 컴포트 업템포 슬러 (비복근 경련 없이 완주, 리커버리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2. 나이키 줌 템포 넥스트% (이미 500K 달린 상태였지만 나랑 너무 잘 맞고 아직도 짱짱하다) 이 조합이 너무 좋았다. 아마 나이키 줌 템포 넥스트%는 재구매 가능성 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