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예고도 없이 가더라?
전날까지만 해도 쌩쌩하던 전기요가 엊그제 갑자기 사망했다.
몇 년간 잘 쓰던 것은 이것이다.
바이빔 EMF 솔리드 그레이 누빔 극세사 전기요.
혹시 아닐까봐 보관용 가방을 찾아 봤고, 맞다.
일단 사용하는 동안 이 제품에 큰 불만은 없었다. 문제는 전자파 차단 기능인 것 같다고 추측만 한다. 위의 동영상처럼 전원에 빨간불이 들어오고 깜빡이는 현상이 계속되는데,코드를 아무리 이렇게 저렇게 다른 방향으로 꽂아봐도 같은 현상이 계속 됐다. 그리고 전혀 따뜻해지지 않았다. 등골이 시린 냉골.
정말 추운밤 자정쯤 꽁꽁 언 몸으로 자려고 누웠다가 이걸 확인했다. 부랴부랴 대체품을 찾았는데, 집에 소파용 전기장판이 있길래 깔고 잤다.소파용 전기장판은 가로폭이 70정도나 될까, 굉장히 좁다. 모범수처럼 배에 깍지 끼고 정자세로 잤다. 살짝만 몸을 틀어 모로 누우면 침대 가장자리 어디선가 소용돌이가 발생하고 있는 것인지? 한랭한 시베리아 기단이 몰려왔다. 당황스러웠다.
다음날 새 전기매트 검색에 돌입했다.아주 잠깐 AS를 고려해 보았지만 그걸 보냈다가 다시 받고 어쩌고 할 에너지가 없었다.어쩌면 이런 생활형 소형 가전제품들이 계속 팔리는 이유가 현대인의 에너지 없음에 기인하는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아주 잠깐 했다. 네이버는 심각했다. 수많은 광고 포스팅에 정신이 아찔했다. 옥석을 가릴 수가 없다. 이럴 때 방법은 하나뿐이다.내 기준을 세우는 것. 나는 딱 3개의 기준만을 가지고 새 전기매트를 고르기로 했다. 1. EMF, 혹은 무자계: 전자파 차단2. 탄소매트면 좋다 3. 가격이 저렴하면 좋다.
전자제품은 되도록 좋은 걸 사서 고쳐 가며 오래 쓰자는 주의인데 갑작스러운 고장을 몇 번 겪고 나니, 전기매트는 소모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제품 상세 페이지의 EMF 인증서를 보면 날짜가 오래된 것들이 너무 많았다.포괄적으로 인증을 받아서 그걸 계속 활용하고 업데이트한 제품들을 출시할 때마다 인증을 받지는 않는 것 같은데 이래도 됌? 이 때부터 나는 머리통이 아프기 시작했다. 그러나 모든 문제는 현대인의 에너지 없음 아니겠나. 아 그냥 됐다 얼어 죽을 것인가 전자파에 노출될 것인가 불타죽을 것인가 ... 난 한시가 바빴다. 그저 모범수 생활을 청산하고 싶었고 얼어죽고 싶지는 않았다. 빛의 속도로 세 가지 조건을 만족하는 걸 골랐다.
신일 프리미엄 전기요/탄소열선 SEB-213NK, 싱글(S)
전에 쓰던 것과 동일한 사이즈다. 100X180cm.
수퍼싱글 매트리스에 딱 적당하다.
배송이 진짜 빨랐다.
한밤중에 결제 완료 했는데 다음날 오전에 도착했다. (여긴 지방임)
솔직히 문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
내용물은 이러하다.며칠 써 본 결과 꽤 만족스럽다. 별 다른 특이사항은 없다.
개인적으로 컬러와 재질에 약간의 아쉬움이 있는데 가격과 성능이 모든 것을 커버하고도 남는다.
그레이가 많이 섞인 베이지 컬러라 살짝 때가 탄 것처럼 보인다는 것, 재질이 나일론 혼방 느낌이라 좀 미끄럽다는 것, 이런 점들은 누가 사용하느냐에 따라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다. 나는 새 전기매트 위에 고장난 극세사 전기요를 까는 걸로 해결 봤다. 전기요에서 걍 요!가 된 EX 전기요에게 감사. 한 번 내 방에 들어온 물건은 그 생이 다한 후에도 이렇게 쓰임 당한다.
끝으로
신일 SEB-213NK 특징, 탄소매트의 장점을 덧붙인다.
단순한 계기판이 마음에 든다. 아날로그 버튼 방식의 온도조절기는 어쩌다 자다 건들게 되면 돌아가는 것도 있었는데 원하는 온도에 잘 고정이 되는 게 만족스럽다.
+
아 한 가지 팁.
신일 전기매트의 제조사가 (주)대진전자인데
'대진전자 전기매트'라고 검색해도 유사한 스펙의 전기매트가 나온다. (쿠팡)
신일이라는 브랜드의 인지도가 높기는 하지만,
자신의 조건에 맞다면 디자인, 가격, 계기판 형태 같은 것을 고려해 보고
제조사가 파는 전기매트를 사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모두 등 따신 겨울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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