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소비

BOSE QC 35 2세대 결국 샀어

조구만 호랑 2021. 12. 9. 19:33

 

 

괜히 한 번 찍어 본 구성품.

 

나도 내가 살 줄은 알았다. 언제 살 지는 몰랐지.   

그러니까 마침내 해냈다는 표현이 맞다.

 

내 방에는 보스 블루투스 스피커 사운드링크2가 있고, 

캐비넷 서랍에는 에어팟 2세대가 있다. 

보스 사운드링크2 얘기를 우선 좀 하고 싶은데 

때는 2019년 봄이었다. 

그냥 그 날은 방구석에서 사티야의 수퍼히트(인센스)에 불을 붙이다가  

별안간 보스 사운드링크를 사서 흐느적대고 둥둥대는 음악을 좀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샀다.

갑자기 미쳐가지고 ... 샀다.

내 방은 소리가 퍼지기 좋은 구조가 아니지만

그래도 나는 이 스피커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베이스가 강조되는 곡, 재즈, 덥스텝 꼭 이런 곡을 듣는 게 아닌데도 좋았다.

내가 그저 고음이 강조되는 청명한 음악을 잘 듣지 않고,

선명하고 맑고 고운 소리, 원음 구현 운운에 관심이 없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흘러 2020년 봄. 갑자기 코비드19. 그래서 내가 무얼 했냐면, 

달리기를 했다. 일년간 달렸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이어폰 줄이 목줄처럼 죄는 느낌이 들었고 그래서 에어팟 2세대를 구매했다.   

그 때 당시 나는 오래 사용한 아이폰6를 고이고이 조심조심 쓰고 있었는데 

날이 추운 날에는 에어팟보다 아이폰이 빨리 퍼져 버려서 집에 돌아올 때는 아무 것도 듣지 않고 걸어야 했다.

에어팟은 졸지에 이어플러그(오렌지색 그거 아시죠)보다 못한 무언가가 되곤 했고. 근데 그게 좋았달까.

아무 것도 듣지 않는 시간이 좋았다. 비록 반강제적이긴 했지만 내게는 그런 시간이 필요했다.

아무 것도 재생하지 않고 에어팟 꽂고 있으면

충실하게 산소를 소비하는 내 숨소리가 들린다.    

마스크 쓰고 뛰는 게 뭐가 그렇게 재밌었지? 하여간 열심히 달렸고 행복했다, 에어팟 2세대와 함께.

   

그리고 대망의 2021년 11월 28일.

이 무슨 집착인지 애착인지 ... 

잠이 오지 않던 새벽,

나는 또 마음 속에 고이 찜해두었던 보스의 노이즈캔슬링 헤드폰의 가격을 검색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블랙 프라이데이 어쩌구의 열기와 함께 ...

정신 차리고 보니 ssg.

 

주문한 즉시 홍콩에서 출발해서 놀랐다.

 

BOSE QC 35 2세대, 국민카드 쓱페이 할인 최종 결제 금액: ₩196,081. 

쇠고랑이 제법 어울릴 쿨톤이라, 실버 모델을 보고 반해서 산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마 블랙 색상만 있다면 이 정도의 신속한 구매는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 같다. 

 

자. 이 시점에서 누군가 나에게,

너에게 진정으로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이 필요했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라고 말할 것 같다.

정말 아니니까. 

그런데 욕망했냐고 묻는다면 난 정말로 그렇다고 해야한다... 

그날 새벽에는 보스 qc 35 실버 색상으로 내 두 귀를 감쌀 수 있다면

모든 것을 감수하고 싶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게 소비란

그럭저럭 4사분면 위에서 일어나는 일.

 

내 소비의 사분면. (x축: 가격, y축: 초조한 정도.)

 

2: 당장 필요해 + 안 비싸 = 생필품. (주기적으로 사야 하는 원두 같은 거,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 육각볼펜 리필심 같은 거.)

3: 당장 필요하지는 않고 안 비싸  = 안 사도 그만인 거 = 누가 사주면 좋은 거. (교체용 베개커버라든가, 잠옷, 양말. 새 컬러의 매니큐어.)

4: 당장 필요하지는 않은데 좀 비싸  = 나의 위시리스트 (마츠노야 헤비 캔버스백, 최종의 최종의 최종 블랙 울코트, 캐시미어 머플러 같은 것들. 한 번 살 때 숨을 한 번 들이 마시고 사야 하는 것들.)    

 

그리고 1사분면. 문제는 1사분면이다. 

평소의 나라면 되도록 1사분면 위로 무언가를 승격시켜 주지 않는데

희한하게도 비싸고 급하지 않은 물건들이 어느 순간 갑자기 1사분면으로 널뛰는 순간이 있다. 

예를 들어, pms 기간이라든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pms 기간이라든지,

유독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알고보니 pms기간이고,

오늘따라 이 세상에서 나의 존재가 유독 하찮게 느껴져 자꾸 짜증이 나고 눈물이 나고 가슴이 답답하고 갑자기 고독하고 밥을 먹었는데도

배가 고픈 것 같고 아픈 것 같고 하지만 알 수 없는 용기가 샘솟고 ...

그래서 카드를 긁고 보니 pms 기간이라든지...   

... 하여간.

그저 근엄한 얼굴로 무이자 할부 기간을 확인하고 남은 카드값을 뚜드려 보는 날.  

나의 모든 금은보화: 아프리카 초원에서 죽은 코끼리의 상아,  캥거루 호주머니 속 루비 몇 알과 향유고래의 입냄새로 만든 향수 같은 것들이  

PMS의 뽐뿌를 받아 내 곁으로 온 것임을 나는 안다. 피투성이 연인의 곁에는 사치와 향락이 함께 해야 하는 법임을.

 

하여간 이야기가 길어졌지만, 그래서 뭐 결국 샀다는 얘기죠. 미쳐가지고. 

 

헤드폰 + 파우치 + 선 2개.

 

일단 휴대용 파우치가 컴팩트해서 마음에 들었다.

헤드폰 어케 들어가 이랬는데, 파우치 옆에 그려진 그림대로 잘 구부리면 들어감. 

충전 케이블이랑 유선 헤드폰으로 쓸 수 있는 선도 들어 있었다. 

혹시나 해서, 사운드링크2 충전기 꽂았더니 충전 잘 됌. 

 

 

처음 꺼내서 착용해봄.

 

 

헤드폰 안쪽 면이 진짜 부드럽고 폭신함. 컬러 영롱함.

친구가 산다고 하면 무조건 실버 추천할 거 같다.

음질은 약간 막힌 소리가 난다고 느꼈다. 처음 보스 스피커 들었을 때의 미친 감흥은 없었음.

그런데 노이즈캔슬링이 너무 놀라웠다. 진짜 바로 앞에서 말하는데 못 들음. 아무 것도 안 들림.

노이즈캔슬링 모드는 온오프가 가능한데, *(bose connect 앱으로 단계 조절 가능)

오래 끼고 있으면 약간 물 속에 있는 것처럼 먹먹한 느낌이 든다. 멀미 하는 사람도 있다던데.

그럴 만하다고 느꼈다. 

 

방에서 끼고 있으면 세상 조용하고 언제나 새벽같은 느낌으로 무언가에 집중할 수 있다.

 

방이 추워서 담요같은 머플러를 감싸고 있지만

캐롤 들으면 왠지 따뜻하게 느껴지는 연말의 힘. 

 

하지만 누가 뒤에 나타나면 발작하는 일이 잦아 급기야 방문에 표기함.

 

아무 생각 없이 내 방에 들렀다가 본인이 투명인간이 됌을 경험함과 동시에

나의 발작을 마주해야 했던 동생은 이제 문자로 방문 통보를 한다. 미안합니다 ... 

귀신인 줄 알았자나 ... 기척이 왜 없어 ... <- 이런 이상한 사람 됌.

 

보스 커넥트 앱: 노이즈캔슬링 조정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집에서는 보스 커넥트 앱을 통해

노이즈캔슬링 값을 '낮음'으로 바꾸어 둔다.

근데 귀찮게 디폴트 값이 노이즈캔슬링 '높음'인 거 같다. 

헤드폰을 껐다 켜면, 다시 '높음'으로 되어 있음.

+ 이건 헤드폰 왼쪽 action 버튼으로 조절 가능. 

 

보스 정품 등록하면서 보스 미국 공험의 설문조사지에도 썼는데

보스커넥트 앱이 좀 구리다. 그리고 멀티 페어링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되지 않음.

이건 애플이 너무 잘한다. 그걸 경험하고 나니까 내가 더 그렇게 느끼는 건지도 모르겠다. 

 

보스 커넥트 앱을 다운 받은 김에 설정의 제품 정보를 보면 시리얼 넘버가 있다. 

그걸 가지고 정품 등록을 하려면 아래로. 

 

 

*  보스 정품 등록은 여기 -> https://www.bose.com/en_us/support/product_registration.html  

 

 

Product registration

Register your Bose product to ensure you receive any applicable software or product updates. Just select your product from the list of categories and fill out our online form.

www.bose.com

 

 

근데 보스커넥트 앱이 좀 구리다. 그리고 멀티 페어링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되지 않음.

이건 애플이 너무 잘하고, 그걸 경험하고 난 후라 내가 더 그렇게 느끼는 건지도 모르겠다. 

 

 

착용하던 걸 그대로 빼서 목에 걸면 목이 졸린다. 헤드 부분을 늘려서 목에 거는 게 낫다.

 

이물감 없이 편하게 목에 걸고 있으려면 귀 부분을 뒤집어 까서 써야 할 것 같다. 

근데 그건 좀 숭하쥬. 

목에 걸고 있는 건 어쨌든 편치 않아 잠깐 벗을 때도 몸에서 떼어놓게 된다.

주문할 때 추가비용을 내면 헤드폰 거치대를 선택할 수 있었는데,

그거 안 산 건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책상에는 꼭 필요한 것만 있는 게 좋아서. 

어, 잠깐. 밖에 다닐 때 헤드폰 벗을 때마다 거치대에 얌전히 걸고,

그걸 새장처럼 들고 걷는 사람을 잠깐 상상해 보았다. (섬세하고 외로운 사람 같다.)

하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 못 되므로.

모든 물건은 부동산의 포션을 차지하며 결국 애물단지가 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어쨌든 노이즈캔슬링 모드로 밖에서 움직일 때 끼는 건 위험할 것 같다. 조심하세요.

 

노이즈캔슬링 off 해도 헤드폰은 확실히 헤드폰임. 기척을 잘 못 듣는다.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요. 

추워지면 귀마개로 쓰고 다니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외려 실내 이동할 때나 유용하게 쓰일 듯.

규칙적으로 출퇴근, 통학, 출장길에 좋을 것 같다.

1회 완충하면 20시간까지 연속 재생된다는 점도 무척 좋음. 

(+15분 충전으로 2시간 30분 재생 가능하대요.)

에어팟의 의외로 짧은 재생시간을 생각하면 더더욱. 

 

정면샷1.

 

정면샷2.

 

 

여기서 잠깐

* 노이즈캔슬링의 원리.  

원리는 꽤 단순하다고 들었다. 

 

그러니까 소리가 안 나는 것처럼 들리는 것뿐이라는 거지.

 

주변의 소음을 진한 선이라고 할 때, 

헤드폰에서 연한 선의 파동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내서 전체 소리의 파동을 상쇄시키는 원리라고 함.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의 원리. 그래서 비행기 소리, 기차 소리처럼 예측 가능한 소음을 더 잘 없앤다고 함. 

근데 간단한 원리라해도 bose사에서 노이즈캔슬링 헤드폰이 나오기까지 

11년간 약 580억 가량을 써야했다는 걸 어디선가 읽었다. 

그래, 그걸 난 19만원에 샀어. 그걸로 됐어. 

 

이 헤드폰으로 이 곡을 들을 때 제일 행복했다.

 

https://youtu.be/ct6vbezIneQ

코로나 쿼런틴 올라온 영상, 집에만 있을 때 정말 많이 들었다. 음원 내달라는 요청이 많았는지 음원 냈더라고. 

 

원곡은 이쪽이지만, 난 윗 버전을 더 좋아한다. 

정확히 말하면, 윗 버전을 듣고 연달아 오리지널을 듣는 게 좋더라고. 

 

https://youtu.be/S0qrinhNnOM

엘리베이터에서 형부 제이지 까던 솔란지도, 정물 같은 솔란지도 좋다. 

 

 

 

맨 처음 이 곡을 들었다.

 

아래 60은 배터리 잔량 표시.

 

노래를 듣고 있는 동안에는 보스 커넥트 앱에 이렇게 표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