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척이 고물상을 운영하신다.
재활용센터라고 고쳐 쓸까 잠깐 고민했지만 그냥 둔다.
친척으로부터 그 일에 대해 들은 적은 없다. 생각해 보니 제대로 질문한 적이 없다.
기사를 통해 읽었다. 고물이 돈이 된다고, 쇠붙이가 적잖은 돈이 된다고.
그리고 아주 가끔, 일은 고되지만 수입은 좋다고 건너 건너 전해 들은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냥 살았다. 대부분 그럴 것이다. 고모부 생각은 아주 가끔만 했다.
그 가끔이 언제냐면, 동네 도서관을 가기 위해 즐비한 고물상을 지나가는 순간에.
군데 군데 녹슨 리어카를, 카트를, 다 꼬부라진 허리로 밀고 있는 노인들을 볼 때.
하지만 생각의 심도는 깊지 않았다.
노인들이 12시간 폐지를 주워 버는 돈이 천원 남짓이라는 것과,
("2020년 9월 현재, 폐지 1㎏ 평균 가격은 66.6원이며, 여기서 노인들이 고물상과 거래하는 가격은 중간 과정의 이윤을 제하게 된다.
이 폐지 가격에는 중국의 경제상황, 국제 유가, 국제 원자재 가격, 국내 경제상황도 영향을 미친다. 그리하여 노인들이 손에 쥐는 돈을 시급
으로 환산하면 500원 혹은 1000원 남짓" 경향신문 기사, "폐지를 줍는 노인은 왜 여성이 많을까" 발췌)
고물상이 잘 되는 비지니스라는 것 사이에 무언가 빠진 이야기가 있다는 것,
무언가가 한참 잘못되었다는 걸 찬찬히 생각하지 못했다.
아니, 안 한 것에 가까울지 모른다.
뭐, 내가 말하려고 하는 것은 무엇이 그르고 또 무엇이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다.
세상에는 처음부터 균형점이 고장난 저울이 많다는 얘기인데
나는 그걸 알면서도, 무얼 어쩌진 않고, 그런 찝찝함을 가지고 여전히 대충 살고 있다가
어제 한 기사를 읽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쓰게 됐다는 얘기이다.
새해가 되니 문득, 나이 드는 게 무서워진 나는 시니어 시장이 궁금했다.소비자 시니어, 생산자 시니어, 그리고 그들의 시장성. 둘 다가 궁금했다.그래서 구글에서 시니어를 검색하다가 이런 기사를 봤다.
청년들이 고민을 말하면, 시니어들이 상담해 주는 컨셉은 흔하다.
청년들의 고민에 폐지 줍는 시니어들이 상담해 주는 컨셉이 난 참 좋았다.
그리고 하루 12시간씩 꼬박 폐지를 주워다 팔면 한달에 75000원을 번다는 기사를 이미 읽고 난 후라,
폐지를 재활용 해서 굿즈를 만든다는 컨셉이 너무 반가웠다.
솔직히 누가 안 그럴까 싶다. 두 손두 발 다 들어 응원하는 마음이 됐다.
사회적 부가가치라는 것에는 이렇게 타인의 삶을 응원하는 마음도 포함될 것이다.
게다가 굿즈의 타이포며 내용이며 ... 이미 달력을 사지 않았다면
신이어마켙의 달력을 샀을 것이다. (아니 못 샀을 것이다 이미 품절이었을테니까)
스티커의 문구들을 보다가,
누구보다 자신의 삶을 자발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인생 선배로부터
예상 못했던 응원을 받는 기분이 들어서 좀 울컥했다.
여기다. 여기가 바로 신이어마켙이다.
https://smartstore.naver.com/aripwerip
그리고 내가 사고 싶었으나 지금 품절이라 사지 못한 스티커를 소개한다.
리무버블이라 휴대폰 케이스에 붙이면 딱이다 싶었는데, 재입고까지 2-3주를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사게 해주라...
처음에는 솔직히 뭐라도 사서 도움이 되자 생각하고 구경했는데, 무슨 오만함이었냐,
이 스티커들은 취지와 컨셉을 지워도 사고 싶다.
근데 연초부터 못 샀다는 얘기를 쓰는데 기분이 묘하네.
기분이 안 나쁘네.
신이어마켙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분이 있다면,
아래의 링크를 클릭하면 신이어마켙에 대해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운영되고 있는 인스타그램도 있다. (@new.year_market)
신이어라서 계정이 뉴이어구나, 시니어는 새해였던 거군.ㅎㅎ
모두 모두 건강하셨으면 좋겠다.
근데 인스타그램에 올라와 있는 상담 타래 뭐냐고요.
보다가 좀 터졌다ㅋㅋㅋㅋㅋㅋㅋ
그래, 남한테 욕을 왜 먹냐.
그리고 마음을 중간에 두자. ㅎㅎ
-
친구들이랑 노후보장 얘기하면 주로 이런 패턴이다.
- 너 자신 있냐? 폐지 주우려면 싸움도 잘해야 한대.
- 아니. 근데 넌 둘이서 줍잖아. 난 혼자라 쪽수에서 밀려.
이 때 현실주의자 친구가 끼어든다.
- 적셔. 종이도 젖으면 무거워져.
우린 웃지만 아무도 진짜로 웃진 않는다.
대신 폐지 줍는 노인이라는 컨셉으로부터 최대한 멀어지려고 노력한다.
마치 그러면 그런 미래로부터 안전거리가 확보되기라도 하는 것처럼.
혹여 가까이 하면 그런 미래가 내게 옮아오기라도 하는 것처럼.
나랑 내 친구들, 우린 다 배울만큼 배웠는데 편견에 프리패스는 없다.
막연히 두려워 하는 마음이 무지랑 만날 때,은은한 혐오가 되는 것 같다.
그걸 두려워만 하고 있는 사이에 어떤 미래가 우리 곁으로
성큼 성큼 오고 있다.
그러는 사이에 우리가 무얼 놓쳤냐면
폐지 주워도 아프면 병원에 간다는 생각,
폐지 주워도 극장에 간다는 생각을 잊었다.
폐지 주워도 아름다운 걸 가진다는 생각과,
폐지 주워도 늘 곁에 친구가 있다는 생각을 잊었다.
그래, 어쩌면.
나는 미래에 혼자 남을 수도 있다.
그러나, 폐지 주워도 최선을 다해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은 영영 잊었다.
나는 혼자겠지만 동시에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
잊으면 안 되겠다. 잊지 말아야겠다.
어쩌면 내 머릿 속에 들러 붙은 '폐지 줍는 노인'이라는 두려운 미래상은
지금을 살아 가고 있는 폐지 줍는 노인들이 건강하고 행복할 때
제가 가진 힘을 잃을 것이다.
-
[참고 기사]
(1) "한달 월급 7만5000원...폐지 줍는 할머니를 본 손자가 벌인 일"
(신이어마켙을 만든, 사회적 기업 아립앤위립 창업자의 이야기)
“직접 제품을 만들면서 정말 좋아하십니다. 활력이 생긴다는 말씀을 많이 하세요. 또 대다수가 독거노인이라 복지관에 있거나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일하면서 친구도 생겨서 좋다고 하십니다. 어느 날은 한 할머니께서 립스틱을 곱게 바르고 오셨어요.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봤더니 여기 오는 게 너무 설레고 좋아서 립스틱을 발랐다고 하시는 겁니다. 좋아하시는 어르신들을 볼수록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아요.”
"폐지 수거 노인에 대한 인식 개선이 꼭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보통 폐지 줍는 어르신을 안타깝고 불쌍하고 안쓰러운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그런데 그분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최선을 다해 하는 것뿐입니다."
“세대가 다르다는 이유로 어르신들과 거리감을 느끼는 젊은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런데 우리는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80대 노인도, 20대 청년도 똑같은 오늘을 살아가고 있어요.”
(2) "결혼해야하나" 묻자 "돈많냐"…폐지줍는 노인들 '짬바 답변'
https://www.joongang.co.kr/article/24080851#home
(3) "폐지를 줍는 노인은 왜 여성이 많을까"
https://www.khan.co.kr/culture/book/article/202012141007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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