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필 생활을 하려면,
무얼 써도 번지지 않는 종이가 선행해야 한다.
하여간 종이가 먼저다.
그렇다고 한 글자 쓸 때마다 덜덜 떨게 되는 그런 노트 말고.
어떤 쌉소리도 부담없이 다 적어내려갈 수 있는,
그런 마음 넉넉한 종이의 군집.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무인양품 문고본 노트.
일이 짜증나고,
고양이들이 연달아 아프고,
이래저래 몸과 마음이 지쳤던 시기가 있었다. (다 지나가는 거였다니)
하루 3페이지씩 아무말 쓰면서 감정을 흘려 보내며 버틸 때가 있었는데
요새는 한 페이지를 쓰고 있다.
사실 그것도 겨우 쓰고,
그 날 있었던 일을 중심으로 쓴다.
나 요즘 좀 별일없이 사는 건가.
무인양품 문고본 노트는 얇은 크라프지로 마감되어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너덜너덜해지기 쉽다. 뭐 이게 감성이긴 한데...
난 뭐든 꾸미기를 좋아하니깐
잡지 쭉 찢어서 감싸고, 아스테이지로 한 번 더 감싸서 쓴다.
최근에는 다이소에서 오로라빛이 나는 투명 시트지를 발견해서
진짜 요긴하게 썼다. (포장코너에 있었던 듯)
한 권을 다 쓰면 앞에 날짜를 적어서 보관한다.
근데 태워버려야 할지도.ㅋㅋㅋㅋㅋㅋ
1일1페이지 노트는 질이 참 좋다.
첨에는 여기에 그 날 할일을 체크하는 용도로 썼는데
쓰다보니 너무 사치스러운 것 같아 투두리스트는 문고본(소)에 일임했다.
가급적 1일1페이지 노트에는 좀 중요한 정보 위주로 쓰려고 한다... 고 쓰려고 했는데
잉크 시필한 흔적이 있네.
몹시 중요한 정보인 모양이다.
필사를 해도, 모닝페이지로 활용해도,
무인양품 문고본 노트는 언제 써도
부드럽게 적히는 느낌이 참 좋다.
파카 리알토에 파카 블루블랙 잉크 넣고
필압 생각 안 하고 막 써내려가도 약간의 비침만 남는 게 멋지다.
가끔 커피도 좀 흘려주는 편인데
(죽을) 힘을 내서 버텨준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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