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소비

빈티지 쇼핑 가이드: 온라인 빈티지샵 4곳 추천

조구만 호랑 2021. 12. 24. 13:01

1. 빈티지 쇼핑 전에 본인의 치수를 정확히 알고 시작할 것.

일단 온라인 빈티지 쇼핑을 위해서는 자신의 사이즈를 정확히 알아야 실패하지 않는다. 

신체 사이즈를 재기보다, 제일 잘 맞는 상의와 하의의 사이즈를 재는 게 좋다. 쇼핑은 그 후에 시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돈 주고 쓰레기를 사는 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님.

이미 입지 않는 쓰레기는 옷장에 많음.

 

2. 나만의 빈티지 쇼핑 기준을 세울 것.

 ~참고: 나의 기준~

(1) 저렴할 것. 새 옷을 살 돈을 빈티지에 쓰지 않는다. 

(2) 브랜드와 해리티지는 적극적으로 참고. 이것이 빈티지의 매력. 

(3) 그럼에도, 사지 않는 게 나을 때는 사지 않는다.

      스파 브랜드는 안 산다거나 하는 자신만의 기준이 있으면 좋다. 

      또, 어린 시절 정말로 원했으나 살 수 없었던 브랜드를 

      이제는 살 수 있다는 걸 스스로에게 증명하기 위한 소비는 관둔다. 세상 쓸데 없다.   

(4) 계절감이 어울리는 옷을 산다. 당장 입을 옷을 구매할 것. 

      근 5년간 사고 싶었던 아이템이 아니라면

      당장 입을 수 없는 옷은 과감히 포기한다. 운이 좋다면 그 시즌이 끝날 때 더 싸게 살 수도 있고, 

      혹 팔려버리면 그 옷은 나와 인연이 아닌 것. 빈티지는 어차피 계속 쏟아져 나온다. 

      옷장에 쟁여놓을 옷을 사지 말 것. 몇 계절 더 옷가게에 맡겨 놓아도 좋다는 식으로 생각할 것 .  

(5) 하지만 정말로 좋아하는 아이템이 있다면 좀 모아둘 수도 있다는 너그러운 마음을 가질 것.

      나의 경우, 501과 아란 스웨터에 약간의 집착이 있는데 그것만은 허용한다. 힐링템.  

      오은영 박사님이 '집착은 손상된 애착'이라고 하셨는데, 난 무엇 때문에. 

      암튼, 매사 '그럴 수도 있어'라는 태도를 유지하는 건 넓은 의미에서 정신 건강에 이롭다. 

 (6) 세탁 후 배송하는 곳 우대할 것. 빈티지샵의 특징은 총알배송이다.

       배송이 너무 빨라서 어떤 생각마저 드냐면, 구매자가 구매 취소할 시간을 안 주려고 이러나 싶을 정도.

       그치만 좀 늦더라도 세탁 후에 배송하는 곳이 여러모로 편하더라.

 

아란 스웨터 / 버튼플라이 리바이스 진

 

3. 자주 들러서 체크해볼 것. 

~ 내가 자주 체크하는 온라인 빈티지숍 4곳 ~

(1) 탐나다: 98% 세일을 시작하면 정말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득템할 수 있는 곳. 계절마다 구매했던 것 같다.  

끝판왕 아이템을 선별하여 파는 빈티지샵은 아니지만 의외로 데일리 기본템을 득템할 수 있는 곳. 최근 옷을 하나 선택하면 그 아래로 유사한 옷들을 보여주던데 이게 의외로 편하다고 느꼈다.

 

 

http://www.tamnada.co.kr/index.html

 

탐나다

구제, 구제쇼핑몰, 구제의류, 브랜드구제 전문 쇼핑몰. 갖고 싶은 빈티지,탐나다

www.tamnada.co.kr

 

(2) 포엘빈티지: 간혹 클래식한 아이템들이 올라온다. 가격대는 낮지 않지만 질이 좋은 편. 특별한 날, 연휴에 50% 세일이 종종 있고 계절이 지날 때 70% 세일을 하곤 했던 것 같다.

동물에 관한 윤리적인 이슈들 때문에 더 이상 가죽제품은 사지 않기로 마음 먹었는데 통가죽 가방 제품은 여전히 좋아서... 여기서 세일할 때 몇 개 샀다. 잘 샀다고 생각한다. 

 

 http://www.poell.co.kr/index.html

 

포엘#빈티지샵

일본빈티지,유럽빈티지,미국빈티지,구제,빈티지샵,세컨핸드샵,빈티지원피스,폴로

www.poell.co.kr

 

(3) 빈티지크라운: 폴로, 빈폴의 니트. 울100의 코트. 더플 코트. 아이비리그룩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둘러보기. 여기에서 네이비 바탕에 버건디와 아이보리 아가일 무늬가 있는 니트 베스트를 샀었다. 오래된 영국 제품이었고 좀 거친 울이었지만 마음에 들었었다. 트렌디하고 감성적인 스타일에 질릴 때, 좀 과묵하고 투박한 스타일이 매력적으로 느껴질 때 들어가 보곤 한다. 앞에서 말했든, 빈티지샵 대부분 그렇지만 배송이 정말 빠르다. 

니트 베스트 / 반스 어센틱 레드 

http://vintagecrown.co.kr/index.html

 

 

빈티지크라운

할인기간 남은시간 7일 08:32:28 (₩57,000 할인) 2021-06-30 16:00 ~ 2021-12-31 17:00

vintagecrown.co.kr

 

(4) 빈토리: 요새 유튜버들 광고를 많이 하더라. 그덕에 알게 된 빈티지샵. 아직 구매한 적은 없는데, 섹션 구분이 정말 잘 되어 있다는 게 특징인 것 같다. 빈티지 쇼핑을 하려면 원하는 아이템이 나올 때까지 주구장창 봐야 할 때가 있는데 여긴 그런 수고를 덜어준다. 그리고 또 훌륭하다고 생각한 거, 세탁 후 배송 시스템. 그랜마 스웨터 기획 같은 게 너무 좋다. 할머니 보고 싶다.  

 

https://vintori.shop

 

 

빈토리

매일 업데이트되는 최상의 퀄리티! 최고급 명품브랜드부터 스트릿브랜드까지 다 모였다! 365일 이벤트 중!

vintori.shop

 

 

4. 시간여행, 빈티지쇼핑.   

'빈티지'하면 일단 동묘가 떠오르고, 그 다음 홍대.

부산 깡통시장.

그리고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들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그리고 처음으로 맞닥뜨리는 건 짙은 향 냄새. 인도산 인센스.

나른하고 힘 없는 사장님, 의외로 첫 향은 감귤 이후로 우디하고 머스키한 냄새를 풍기는, 방문하는 손님들보다, 

이 세상 누구보다 빈티지를 사랑하는 시간여행자 마스터 직원분, 

켜켜이 쌓인 옷, 옷걸이에 걸린 옷, 산처럼 쌓인 옷무덤과 떨이 판매대와,

여전히 건재한 현금 우대 정책, 검정 비닐봉지에 옷을 넣어주는 것, 더 세련된 곳은 더 세련된 종이 봉투,  

걸음을 뗄 때마다 불규칙하게 삐걱이는 나무 바닥, 

벽에 붙어 있는 교환이 안 되니 반드시 입어 보고 사라는 안내 문구, 그리고 허술한 탈의실, 

벽에 붙은 한때를 풍미했던 브랜드 로고들, 카우보이 모자, 가짜 헌팅트로피,  

잘은 모르겠지만 어쩐지 보복하듯 걸쳐 보게 되는 명품 구제 컬렉션들, 

화장실 갈 때 불편하기만 한 버튼플라이 방식의 청바지들, 

신축성이 1도 없는 질긴 리바이스 501,

일상 속에서 그 불편함을 미덕으로 받아들이는 것,

가끔 향냄새를 뚫고 올라 오는 무언가 썩거나 부패하고 있는 냄새, 눈이 매캐한 느낌, 

재채기와 눈물 한 방울, 산소가 부족한 느낌,  

입고 또 입고 또 입어서 이제 입었던 사람의 체형이 각인된 옷들,

양쪽 무릎이 서로 다른 높이로 솟은 옷으로 가늠되는 전주인의 신체와  

천장까지 치솟은 어깨 패드, 등부분의 얼룩을 보며 어떻게 여기 이런 얼룩이 생겼는지 생각해보곤 하는 것,    

무슨 무슨 기념일에 찍은 단체 티셔츠들,

마라톤 대회 티셔츠들,

에이즈나 유방암 환자들을 위한 기금 행사 티셔츠들,

동기 부여 강연자의 얼굴이 찍힌 후드티와,

어디론가 사라진 만화 주인공들,

여전히 잔존하여 레트로로 추앙받는 캐릭터들,

어딘가 얼이 빠진 듯한 가짜 세서미 스트리트의 인형들과 털이 빠진 테디베어들,  

뜻을 알 수 없는 외국어가 적혀 있어 지금은 그저 신선한 색조합으로 활용될 티셔츠들의 운명과,

한 때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했던 코튼100으로 만든 맨투맨들, 팔꿈치의 보풀들,

말이 안 되는 장식이 덧대어진 옷들,  

발로 놓았다고 해도 믿을 인간의 손으로 놓은 자수, 

누가 누굴 위해 만들어 주었던 조악한 물건, 손수건에 새겨진 이름, 외투에 써놓은 이니셜,    

부적절한 스팽글, 탱탱한 진주, 여전한 원석. 칠이 벗겨진 것들, 빛을 잃은 것들, 

간혹 몇 개는 떨어져 나가 다시는 복원할 수 없는 상태가 된 것들,  

물결이 흐르는 것처럼 보이는 공단, 그 위에 슬쩍 올이 나간 자국, 그걸 어떻게든 커버하려 했던 흔적이라든지, 

데드스탁으로 당차게 살아남은, 이제는 화석이 된 

아무도 입지 않은 새-헌 옷들, 이제 세상에서 사라진 브랜드의 택들, 가격표들,

택을 감싼 비닐에 조금의 손상도 없는 것을 보면서 느끼는 섬뜩함,    

빛을 받으면 다른색으로 보이는 중학교 강당의 커튼같은 자주색 벨벳 원단, 

거미줄처럼 섬세하고 노르스름한 레이스로 짜여진 식탁보, 

금색 실이 트리밍된 보급형 식탁보, 그런 자카드로 만든 가방, 꽃, 새, 열매, 그런 것들, 

그 토트백의 손잡이를 진짜 나무로 만들었던 시대, 

머리를 넣으면 관자놀이 부근에서 살짝 숨통이 조여오는, 그래서 자주 입기 싫어했지만

입으면 정말로 따뜻했던 초록색 울마크 택이 달린 두터운 울 쉐타,

광목 안감이 달린 방풍 핸드메이드 아란 스웨터와

어깨를 짓누를 정도로 무거운 울 코트의 동굴같은 아늑함...

빈티지를 떠올리면 내게는 이런 것들이 한꺼번에 밀려온다.

그리고 다시 냄새. 다시 재채기가 나는 먼지. 다시 특유의 빈티지 냄새. 다시 먼지 냄새.  

새 옷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내가 새 옷을 좋아하는 이유는 새 옷의 기분과 냄새 때문인데 빈티지를 좋아하는 이유는 결

국 그 냄새를 받아들이게 만드는 무언가에 있는 것 같다.

한쪽은 냄새 덕분에, 다른쪽은 냄새에도 불구하고.  

무릅쓰는 인간들만이 빈티지를 좋아하는 것 같다. 그게 취향이든 경제적인 이유든.  

 

오늘은 홈리스처럼 보일 수 있고 내일은 시간여행자처럼 보일 수도 있다는 것. 

실제 가치와 교환 가치가 일치하지 않는 마켓이 있다는 것은 내게 영원히 흥미로운 주제다.  

여기 저기 매끈하지 않고 큰 구멍이 나 있는 곳. 그 구멍을 통해 보이는 이상한 것들.

새 옷을 최대한 사지 않기로 결심한 사람이라면,

그럼에도 때로 옷을 사고 싶은 마음이 드는 사람이라면

빈티지의 세계로 입문하길.

여긴 넓고 정말로 이상한 것들이 잔뜩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