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쾌지수와 인내심 고갈로
여름에는 도저히 할 수 없기 때문에
겨울이 되면 괜히 두꺼운 분량의 이야기를 소화하고 싶어진다.
1000페이지에 육박하는 러시아 소설을 읽는다거나,
300분을 넘기는 러닝타임을 견뎌 본다거나 하면서
정신의 마라톤을 하고 싶어진다는 얘기다.
마음에도 기초체력이라는 게 있다. 근력이 있고, 폐활량이라는 게 있다.
그걸 단련하는데는 다양한 종류의 활동이 요구된다.
슬프게도 평소에 좀처럼 쓰지 않는, 좀 더 긴 시간의 집중력 또한 요구된다.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그저 차력으로 보일까?
328분, 5시간 28분짜리 영화가 있다.
왤까? 넷플릭스 시리즈 정주행 할 때 하루를 꼬박 쓰기도 하면서
그게 영화 한 편의 러닝타임이 될 때에는 묘하게 저항감이 드는 이유는.
하지만 무언가가 너무 길 때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여지껏 스크린 위로 어떤 생을 길어 올리는데 120분은 너무 짧은 것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드는 사람이라면, 다음 영화들이 어울릴지 모르겠다.
나는 그런 사람을 상상하며 이 포스팅을 하고 있다.
76분짜리 영화 1편과 (이 정도 길이는 에피타이저...)
166분, 178분, 328분짜리 영화들이다.
사실 이렇게나 러닝타임을 부각시키며 말하는 이유는
내게도 너무 부담스러운 러닝타임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도전에 응하는 기분으로 극장에 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좋겠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328분짜리 영화는 극장에서 보지 않아도 된다.
3일후 왓챠에서 공개 예정이니 편안하게 침대에 누워서 볼 수 있겠다.
하필 나는 내일 부스터샷을 맞기로 했고
이 영화들을 과연 계획한대로 착착 볼 수 있을지 미지수지만
하지만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마음이 곤두박질 치는 계절이니만큼,
이 글을 우연히 읽게 된 누군가, 긴 호흡의 영화들에 마음이 동한다면 함께 도전하면 좋을 것 같다.
그래서 일단 포스팅을 해둔다.
참고로 제가 고통없이 영화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60분에서 정점,
90분에서 빠르게 감소하기 시작, 120분을 넘기면 온몸이 결리기 시작합니다.ㅎ ㅎ
이런 주제에 해낼 수 있을까 걱정이 됩니다만. 자, 일단 시작.
1. 드라이브 마이카 (178분, 2021년작) - 현재 상영중 (2022. 1.4 기준)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원작. 영화 예고편을 보니까 읽었던 것이 생각났다.
영화제에서 볼 수 있었다면 좋았을 영화.
여자주인공의 연기가 매력적이다. 미우라 토코. 1996년생.
https://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aver?code=205623&mid=51164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205623#
2. 해탄적일천 (166분, 1983년작) - 2022. 1. 6 개봉
<타이페이 스토리>,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그리고 <하나 그리고 둘>의 에드워드 양 감독의 1983년작 영화.
<해탄적일천>은 여러 버전의 포스터가 있는데 어쩜 하나같이 아름답다.
예고편을 보면서,
집중력에는 식전 관람이 유리할까, 식후 관람이 유리할까 그런 걸 생각하고 있다.
https://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aver?code=16064&mid=51214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16064
3. 끝없음에 관하여 (76분, 2019년작) - 현재 상영중 (2022. 1.4 기준)
샤갈의 그림이 생각나는 포스터가 인상적이어서 예고편을 찾아 봤다.
이 영화속의 인물들은 움직일 때도 어딘가 정물 같다.
회화적인 영상미를 가진 영화.
https://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aver?code=188058&mid=51089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188058
4. 해피 아워 (317분, 2015년작) - 현재 일부관 상영중, 왓챠 2022. 1. 7 공개
<드라이브 마이카>의 감독, 하마구치 류스케의 또 다른 영화.
일단 왜 자꾸 영화를 길게 만드는지 궁금한 마음이 크다.
긴 호흡, 긴 시선으로 봐야 하는 것들이 세상에는 분명히 있다.
그래. 그건 알겠는데, 나의 어떤 ... 집중력? 정신적 역량?이 자꾸만 재고되고 확인되는
이런 감독을 보면 한 사람의 관객으로서 두렵고 짜증이 나고 그래서 참 좋습니다. ........
(*러닝타임 정보가 네이버 정보에는 328분으로 되어 있고, 포스터는 317분으로 되어 있다)
https://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aver?code=142855&mid=51082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142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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