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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 스캔들> - 달리기와 도핑, 도핑과 나이키 오리건 프로젝트

조구만 호랑 2022. 3. 20. 04:44

⚀  나이키 스캔들 (2021, 캐나다, 다큐멘터리, 84분)

 

: 음험한 대기업 나이키가 엘리트 육상 코치인 알베르토 살라자르와 함께 진행한  '오리건 프로젝트'를 파헤치는 스포츠 다큐멘터리다. 이 스캔들 덕분에 2019년 나이키의 스티븐 잡스, 마크 파커가 사퇴하는 일까지 있었다.  근데 이거 실컷 보고 정신 차리니 나이키 공홈이더라. 주의 요함. 

 

이 다큐는 두 개의 도핑 범주에 대해 이야기한다.

(1) 약물: 아슬아슬한 위반의 경계에 있는 약물의 사용과 선수 학대 

(2) 기술: 다양한 과학기술을 접목한 훈련, 최신 기술이 집약된 신발

 

그리고 이것이 기술인가 도핑인가 묻는다.

혁신이 도핑이라면 그것은 과연 공정한가 묻는다.

 

주인공이자 문제적 인물,

유명 전직 마라톤 선수이자 엘리트 육상 코치인 알베르토 살라자르. 

자신의 훈련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성적이 곧 자신의 명성을 빛내는 도구가 될 터, 

 

그가 관심 있는 것은 오로지 승리뿐이다.

 

<나이키 스캔들>은 그런 개인의 도덕적 해이와 지나친 성과주의가

대기업의 핵심가치(just do it 그냥 해)와 완벽히 일치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불상사에 대해 말해주는 듯 했다.

 

각기 다른 이유로 살라자르에게 공감하는 선수들이 있는가하면, 스포츠맨십을 지닌 선수들도 -당연히- 있지 않겠나. 이들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심연이 존재하는 것은 물론이다. 공정하지 못한 프로젝트를 고발하며 오리건 프로젝트에서 이탈한 선수는 다시 그 중심으로 들어가지 못했다는 것을 다큐는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이러한 프로젝트의 존재는 당연히 국가주의적인 문제를 발생시킨다. 기술과 자본을 독점하는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가 버젓이 존재하고 그들이 한 링 위에서 겨루게 되기 때문이다. 최고의 기량으로 두각을 나타내며 선두에서 달리던 아프리카 케냐 선수들을 몰아내고 과거 미국의 영광을 되찾아 거머쥐겠다는 살라자르의 야심은 생각보다 더 추했다. 물론 이 다큐는 킵초게가 알파플라이를 신고 달리는 장면도 놓치지 않았다. (저는 킵초게의 팬인데요. 어쩐지 슬펐습니다.) 

 

한참 전에 본 다큐인데 아직도 기억나는 건 1970년대 달리기 기록 중에 아직도 깨지지 않은 게 많다는 언급이다.

당시는 도핑 테스트가 완전히 자리 잡지 않은 때라서 다들 약 좀 빨고 달리셨던 것 같더라. 이런 게 공공연한 사실이라는 게 흥미로웠다. 정작 오리건 프로젝트의 내부 문제들을 보면서는 생각만큼 충격 받지 않았다. 충격 받지 않았다는 점이 정작 충격이었다. 그간 우리나라 스포츠 뉴스에서 접했던 엘리트 체육계의 기상천외한 사건들이 내 정서의 도톰한 완충재이자 든든한 예방주사가 되어준 모양이다.

 

허약한 서양놈들 하여간, 동북아시아의 무한경쟁 맛을 봐야 할텐데. 그럼 그를 괴물로 부르는데 주저하게 될 것이다. 살라자르는 그냥 허약한 범법자인 것 아닐까. 뭐다 뭐다 말은 많지만 요약하면 그는 지는 게 눈물나게 싫은 인간일뿐이다. 그리고 그건 돈이 안 된다는 얘기다. 나이키는 그의 뒤에 숨어있다. 그냥 하라(just do it)고 말해왔지만 그냥 하면 진다는 걸 세상에 알리기 두려운 그의 충직한 그림자다. 뒷맛이 썼다. 생고추를 고추장에 찍어 먹는 한국인이 봤을 때, 얘네 하는 꼴이 영 폼이 안 나지 않느냐 말이다. 그런데 앞에서도 말했듯, 그러고 나서 나이키 공홈에 가 있더라 이 말이다. 

 

나이키 문신은 손민수 하고파 ... 영혼에 새기고파 ...&nbsp;
저기요? ... 최선을 다해 부정행위를 하는 거잖아요......

 

+  킵초게 이야기. 

 

   <러너스 월드Runner's world> 선임 편집자인 릭 피어슨은 이렇게 말했다.

 "킵초게의 능력은 빠른 스피드와 엄청난 지구력만이 아니다. 달리는 스타일, 즉 자세나 방법 등 움직이는 모습 자체가 아름다운 시와 같다고 할까? 부드럽고 고요하며, 흐트러짐 없는 동작이 하나의 리듬으로 간결하게 흘러간다. 여기에 그의 빛나는 미소까지 더해져 금상첨화의 조화를 이룬다"

(와우 거의 뭐 프로포즈?)

 

나는 이런 말,

그를 평가하고 수식하는 말보다 늘 마라톤 선수들이 스스로 하는 말이 좋았다.

 

"내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일상의 행복이다. 그래서 가급적 차분하고 단순하며, 눈에 띄지 않는 삶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단출한 일상 속에서 열심히 훈련하고, 정직한 삶을 추구한다. 이런 삶 속에서 나는 비로소 자유로움을 느낀다." -킵초게-

 

대회가 없을 때 가족 농장에서 채소를 가꾸고 수확한다는 킵초게를 응원한다.

 

마라톤 풀코스의 두 시간 벽을 깬 (정확히 1시간 59분 40초) 킵초게의 알파플라이.
킵초게 인스타그램 @kipchogeeliud

애증의 나이키. 

아 맞다, 이 다큐는 '왓챠'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