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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팡이가 아니라) 바닷속을 짜는 사람: 바네사 바하강 Vanessa Barragão

어렸을 때부터 나는 급습을 좋아했다. 잔디밭을 뛰어 다니다가 갑자기 풀숲의 바위를 들추어 보는 걸 좋아했다는 뜻이다. 가끔 그 아래에서 개미집을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내가 제일 놀랐고 그후로는 개미들이 나 때문에 분주한 눈치였다. 개미가 지은 집은 징그러우면서도 미로 같았고, 건축적이면서도 생동감이 넘쳤다. 거기에는 너무 많은 개미가 있었기에 두려웠던 동시에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어떤 신비가 깃들어 있었다. 식탁에 오래 방치된 식빵. 식빵에 핀 곰팡이. 나는 곰팡이에도 늘 비슷한 느낌을 받곤 했다. 아무 생각없이 빵 봉지를 열다가 희끗하고 푸른 곰팡이를 발견하면 어쩐지 불길하게 느껴져 재빠르게 쓰레기통에 넣으면서도 막연하게 내가 불결해지지 않는다는 확신만 있다면 그걸 아주 오랫동안 들..

오늘의 소비 2022.01.06

즐거운 겨울 아이템 모음: 바라클라바, 작은 크로스백, 니트 머플러

올해 유행하는 아이템인 바라클라바. 바라클라바(영어임. Balaclava)는 "머리와 얼굴 그리고 어깨를 가리는 일종의 모자"를 말한다. 군대용 혹은 등산용. 스키장에서 쓰는 모자. 쉽게 말해, 변형된 복면 같은 거다. 미우미우 컬렉션에 등장한 바라클라바는 73만원이었다곻. 흰 설경을 배경으로 니트의 채도가 눈이 부시게 돋보였던 컬렉션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유행이라해도, 얼굴이 크다든가, 머리가 크다든가 하는 이유로 망설이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뭔 상관. 칙칙한 겨울 아우터에 포인트 아이템으로 시도하면 기분이 너무 좋을 것 같은데. 혹시 샀는데 정말 정말 안 어울려서 패션 아이템으로 실패하더라도, 괜찮다. 보온템으론 성공임. 겨울에 머리통을 감싸면 따뜻하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근데 집밖에..

오늘의 소비 2022.01.05

정신의 마라톤: 2022년 1월에 볼 영화 4개

불쾌지수와 인내심 고갈로 여름에는 도저히 할 수 없기 때문에 겨울이 되면 괜히 두꺼운 분량의 이야기를 소화하고 싶어진다. 1000페이지에 육박하는 러시아 소설을 읽는다거나, 300분을 넘기는 러닝타임을 견뎌 본다거나 하면서 정신의 마라톤을 하고 싶어진다는 얘기다. 마음에도 기초체력이라는 게 있다. 근력이 있고, 폐활량이라는 게 있다. 그걸 단련하는데는 다양한 종류의 활동이 요구된다. 슬프게도 평소에 좀처럼 쓰지 않는, 좀 더 긴 시간의 집중력 또한 요구된다.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그저 차력으로 보일까? 328분, 5시간 28분짜리 영화가 있다. 왤까? 넷플릭스 시리즈 정주행 할 때 하루를 꼬박 쓰기도 하면서 그게 영화 한 편의 러닝타임이 될 때에는 묘하게 저항감이 드는 이유는. 하지만 무언가가 너무 길 때..

오늘의 소비 2022.01.04

신이어마켓 : '그러게 어쩌지' 스티커 나도 사고 싶은데

친척이 고물상을 운영하신다. 재활용센터라고 고쳐 쓸까 잠깐 고민했지만 그냥 둔다. 친척으로부터 그 일에 대해 들은 적은 없다. 생각해 보니 제대로 질문한 적이 없다. 기사를 통해 읽었다. 고물이 돈이 된다고, 쇠붙이가 적잖은 돈이 된다고. 그리고 아주 가끔, 일은 고되지만 수입은 좋다고 건너 건너 전해 들은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냥 살았다. 대부분 그럴 것이다. 고모부 생각은 아주 가끔만 했다. 그 가끔이 언제냐면, 동네 도서관을 가기 위해 즐비한 고물상을 지나가는 순간에. 군데 군데 녹슨 리어카를, 카트를, 다 꼬부라진 허리로 밀고 있는 노인들을 볼 때. 하지만 생각의 심도는 깊지 않았다. 노인들이 12시간 폐지를 주워 버는 돈이 천원 남짓이라는 것과, ("2020년 9월 현재, 폐지 1㎏ 평균 가격..

오늘의 소비 2022.01.03

아이패드용 토트백을 찾는 여정 feat. 헤비듀티

나는 아이패드 프로 11인치에 프로용 매직 키보드를 물려서 다니곤 한다. 문제는 이 둘을 합한 무게가 왠만한 랩탑 무게라는 것이다. 이걸 어깨에 지고 다닌 다음날은 어깨랑 목이 너무 아팠다. 그러다 문득, 손잡이가 달린 파우치를 사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 검색을 하기 시작했는데 정말로 마음에 드는 게 하나도 없었다. 뭐랄까, 손잡이가 달린 아이패드 파우치는 두 종류로 나뉘는 것 같았다. 전면에 귀여운 곰, 토끼, 호랑이 같은 게 붙어 있거나, 예전에 대학생일 때 행정실에서 빌린 노트북 가방이거나. 그런 극단적인 두 종류의 파우치들만 끊임없이 나오다가 가끔 마음에 든다 싶으면 그건 손잡이가 없는 클러치 형태였다. 차라리 토트백을 사자는 결론에 도달하는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사실 가장 ..

오늘의 소비 2022.01.02

포엘빈티지 구제 쇼핑: 2021년 마지막 소비 기록

나의 2021년 마지막 쇼핑은 포엘빈티지였다. 마침 연말 세일을 하고 있었고. (현재 종료) http://poell.co.kr 포엘#빈티지샵 일본빈티지,유럽빈티지,미국빈티지,구제,빈티지샵,세컨핸드샵,빈티지원피스,폴로 poell.co.kr 30일 오후 세시쯤 결제했는데, 31일 아침에 배송완료. 빈티지샵 배송 체감상 KTX보다 빠른 것 같다. 놀라울따름. 울 머플러 2개, 퍼 아우터 1개, 운동화 1개, 블랙 니트 원피스 1개 샀다. 머플러들은 내꺼고, 퍼 아우터랑 cos 원피스는 딱 엄마 사이즈라 ... 교회갈 때 떨쳐 입고 가면 좋겠다 싶어 선물로 샀다. 아우터가 리얼 모피였기에 며칠 윤리적인 딜레마로 고민하였으나 빈티지에 대해서는, 그리고 남에게 선물하는 것에 대해서는 너그러워 지기로 나 자신과 합의..

오늘의 소비 2022.01.01

2021 올해의 모먼트 모음

컨디션 나빴는데 기록은 좋았던, 1월 4일. 여름 이후로는 제대로 뛰지 않았는데 다시 뛰고 싶다. 2020년 1년과 2021년 상반기를 열심히 달리고, 2021년 하반기를 열심히 쉬면서 깨달았다. 나는 달리기를 좋아한다. 너는 사랑이라 부르지만 건포도가 잔뜩 들어 있지 - 이 대사를 너무 좋아했는데, 어디서 본 건지 잊었다. 하여간 악마의 젖꼭지를 멈추세요 ... 친구가 선물해준 엽서를 또 다른 친구에게 보냈는데, 그는 그걸 분실했다. 그렇게 구천을 떠도는 오억개의 엽서중 하나가 된 행운사랑인생... 이 배달사고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요. 올해 초봄에는 노을과, BIG 형광펜을 좋아했다. 하기 싫은 일을 스스로 끝내지 못해 끌려가는 입장에서 하고 있었고, 누군가 내 목줄을 끊어주기만을 기다리는 심장이었..

오늘의 소비 2021.12.31

스튜디오 니콜슨 에코백: 산타에게 추천하고 싶은 가방

올해 크리스마스는 무척 따뜻했다. OCN에서 해리포터 특집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25일에는 동생과 종일 해리포터를 보았고, 26일에는 해리포터 퀴즈쇼를 봤다. 무려 네 시간을. (1월 1일에는 HBO MAX 리유니언 ... 너무 설레네요.) 그런데. 죽음의 성물1에서 해리랑 헤르미온느가 도망칠 때, 헤르미온느가 도라에몽 가방 같은 거 갖고 다니잖아요? 무언가가 끝없이 나오는 가방. 가방의 바닥이 없는 가방 있잖아요. 그 가방 보면서 문득, 스튜디오 니콜슨 에코백 리뷰를 써야지 생각했다. 스튜디오니콜슨 에코백을 구입한지 두 달 됐다. 다 늦게 왜 샀지? 갑자기 너덜너덜한 에코백이 싫어졌나? 아마 아래의 모델컷, 엄청나게 큰 스튜디오니콜슨백 사진을 스치듯 보고는 홀려서 산 것 같다. 그리고 책을 넣기에는 훌..

오늘의 소비 2021.12.30

2021년 늦가을 전주 여행 사진들.

사진첩을 정리하면서 뜻모를 사진들이 잔뜩 있어 놀랐다. 감정이 옮겨 붙지 않는 것들을 찍으려고 했던 것 같다. 이것이 마지막 만남일지 모르는 사람을 빼고 나면 정말로 찍어야 할 건 없었으니까. 즐거웠던 마음 반, 애달픈 마음 반이었다. 즐거움은 숨기지 않아도 좋았지만 애달픔은 숨겨야 했을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 나는 최대한 중요한 것은 찍지 않으면서 그 자리를 메울 무언가를 찍었던 것 같다. 인물 사진을 빼고 나니 남는 게 한줌인 게 웃기다. 내가 얼마나 사람 곁에 있으려고 하는지. 내가 얼마나 사람을 좋아하는지. 내가 얼마나 사람을 필요로 하는지. 찍은 사진을 보면 투명하게 드러난다. 정말 싫다. 3개월만이었나? 탄수화물 치팅. 단백질 비중이 높은 곳을 고르다 보니 채선당에 갔는데, 감자칩이 정말 맛있었..

오늘의 소비 2021.12.29

대구 반나절 여행 루트 공유

* 본격적으로 무얼 먹기 애매한, 오전 10시쯤 동대구역 도착한다는 가정하에 짠 코스. * * 샐러드 -> 소품샵 -> 떡볶이 -> 커피 -> (동대구역으로 이동) 저녁식사 -> 책방 -> 커피 -> KTX *** 동성로 샐러비(SLB) - 중앙로 홀리데이비지터샵 - 중앙 떡볶이 - 반월당 horong coffee - > 동대구역 사파키친 - 동대구역 심플 책방 - 동대구역 애리스커피스탠드 - KTX 탑승 * 아 맞다. KTX 탑승하기 전에, 동대구역에서 삼송 옥수수빵 사는 것을 잊으면 안 됌.

오늘의 소비 2021.12.28